인사동 선화랑 ‘현대미술 12인전’

인사동 선화랑 ‘현대미술 12인전’

입력 2000-09-16 00:00
수정 2000-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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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2000년 현대미술12인전’ 이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다.

정창섭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 윤명로 김봉태 최명영 하동철 이강소오수환 이두식 박승규 등 한국 현대미술을 주도해온 대표급 작가 12명이 각각 2,3점씩 모두 30여점의 작품을 낸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주목할 만한 것은 모노크롬,즉 단색화다.단색화는 1970년대 후반 한국 현대미술의 가장 두드러진 경향으로,국제적으로 미니멀리즘과 맞물리면서 크게 유행했다.백색 모노크롬 계열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가는 권영우 박서보 서승원 김홍석 이동엽 허황 곽남신 윤명로 진옥선등.흑색 혹은 기타 색채에 의한 모노크롬 작가로는 김기린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최명영 김진석 최대섭 박장년 등이 꼽힌다.이번 전시의감상 포인트는 바로 모노크롬 작가의 작품과 그 자취를 더듬어 보는데 있다.

모노크롬 쪽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는 ‘묘법’시리즈의 박서보다.그는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선배 추상작가들과는달리한국의 미술대학에서 배출된 첫 세대로,그의 화력은 한국 현대미술 특히 추상미술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그가 30년 이상 매달려온 ‘묘법’은 한지를 통해 묻어 나오는 부드럽고 고아한 맛,도자기에서나 볼 수 있는 담백하고 거친 표면의 질감,숨을 고르면서 서예를하듯 절제된 행위 등이 특징. 한국 현대미술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평이다. 이강소와 오수환은 동양의 서체적 특징이 담긴 작품으로 눈길을 끄는 작가.이강소의 획은 동양의 서체처럼 어떤 규범을 따르기보다는 한결 자유롭고 추상표현주의적인 기운이 강하다.그가 흔히 사용하는 제한된 흰색이나 회색 또는 청색은 70년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모노크롬 미술과도 연관된다.오수환은 기호를 즐겨 사용한다.그기호들은 서예의 필법을 연상케 한다.본래의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글자를 새로 쓰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 양식이야말로 오수환 회화작업의 색다른 점이다.

참여 작가중 박승규(49)는 가장 젊지만 나이에 비해 다채로운 화력을 쌓은 화가로 주목된다.그의 회화세계는 ‘확산 공간’과 ‘확산이미지’로 요약된다.그는 오토마티슴(automatisme,자동기술법)이나콜라주,데콜라주(deacollage,붙였다 떼어내기)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독자적인 ‘이미지-공간’의 세계를 구축한다.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역시 ‘확산 이미지’다.

격정과 관조의 미학이 어우러진 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을 통해 잡동사니화해가는 현대미술의 품격을 되찾도록 한다는 게 이번 전시의 의도다.(02)734-0458.

김종면기자 jmkim@
2000-09-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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