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 동백나무 우에 올라/밀짚대로 꽃속의 꿀을 함께 빨아먹던/추억속에 떠오르는 어린 날의 그 얼굴들/눈오는 겨울밤 한이불 밑에서 서로 껴안고/푸른 하늘 은하수를 부르던 혈육입니다”(‘다시는헤어지지 맙시다’중에서) 북의 계관시인 오영재씨(64)가 이산가족 상봉단의 일원으로 지난 15∼18일 서울에 왔다가 남겨놓은 시 가운데 한편이다.이 시를 남쪽 어느 시인의 작품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북을 대표하는시인의 작품에 흐르는 정서가 우리에게도 아주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 문학작품이 모두 우리 정서에 맞는다고 강변하려는뜻은 아니다.계간지 ‘21세기 문학’ 최신호가 소개한 북한시 몇편은 50여년 분단이 자아낸 그쪽 시 세계를 남쪽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쉽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온 한해/오곡을 위해/성실한 땀을 다 바치고도/장군님 이끄시는 우리의 강성대국/쌀로 받들 한마음 불타올라…”(박해출의 ‘흰눈 덮인 대지는 잠들었어도’) “…우리 장군님인덕으로/서로 돕고 이끌며/정에 묻혀 사는 사람들의/너무도 평범한자랑이여”(박옹전의 ‘사람들이 좋지요 뭐’) ‘조선문학’ 지난해와 올해 수록분에서 인용한 북한의 시 구절들이다.
그런가 하면 북의 한글학자 류렬씨(82)는 남쪽 거리의 인상을 말하면서 “여기에 와보니 거리에 써붙인 글이 외래어·외국어투성이다.
민족 주체성이 없다”고 말했다.또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선물’(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하사품에만 사용),‘애무하다’(이성간의 신체적 접촉을 뜻하는 말이 북에서는 ‘쓰다듬다’는 폭넓은 의미로 사용) 등 많은 단어들의 의미가 달라진 사실도 확인했다.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주는 바탕은 공통된 민족정서와 이를 담아내는 우리 말글이다.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혈연의 힘이 무엇보다 강하다는 점이 입증되긴 했으나 이는 세월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퇴색하는 부분이다.남과 북은 정서상으로나 언어상으로나 폭넓은 공통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질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마침 남의 시인 고은씨(67)와 북의 시인 오영재씨가 지난 17일 하얏트호텔 만찬장에서 만나 남북 시인이 함께 문학지를 만들자는 의견을 나누었다.개인적인 의견 나눔이지만 ‘남북 문학지’ 만들기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그동안 달라진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이질화하는 남북 언어를 재통합하기에 문학만한 수단이 또 있겠는가.남북 문인들이 힘 합쳐 만든 문학지가 민족통일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돼 서가를 밝힐 날을 기대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그렇다고 북한 문학작품이 모두 우리 정서에 맞는다고 강변하려는뜻은 아니다.계간지 ‘21세기 문학’ 최신호가 소개한 북한시 몇편은 50여년 분단이 자아낸 그쪽 시 세계를 남쪽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쉽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온 한해/오곡을 위해/성실한 땀을 다 바치고도/장군님 이끄시는 우리의 강성대국/쌀로 받들 한마음 불타올라…”(박해출의 ‘흰눈 덮인 대지는 잠들었어도’) “…우리 장군님인덕으로/서로 돕고 이끌며/정에 묻혀 사는 사람들의/너무도 평범한자랑이여”(박옹전의 ‘사람들이 좋지요 뭐’) ‘조선문학’ 지난해와 올해 수록분에서 인용한 북한의 시 구절들이다.
그런가 하면 북의 한글학자 류렬씨(82)는 남쪽 거리의 인상을 말하면서 “여기에 와보니 거리에 써붙인 글이 외래어·외국어투성이다.
민족 주체성이 없다”고 말했다.또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선물’(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하사품에만 사용),‘애무하다’(이성간의 신체적 접촉을 뜻하는 말이 북에서는 ‘쓰다듬다’는 폭넓은 의미로 사용) 등 많은 단어들의 의미가 달라진 사실도 확인했다.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주는 바탕은 공통된 민족정서와 이를 담아내는 우리 말글이다.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혈연의 힘이 무엇보다 강하다는 점이 입증되긴 했으나 이는 세월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퇴색하는 부분이다.남과 북은 정서상으로나 언어상으로나 폭넓은 공통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질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마침 남의 시인 고은씨(67)와 북의 시인 오영재씨가 지난 17일 하얏트호텔 만찬장에서 만나 남북 시인이 함께 문학지를 만들자는 의견을 나누었다.개인적인 의견 나눔이지만 ‘남북 문학지’ 만들기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그동안 달라진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이질화하는 남북 언어를 재통합하기에 문학만한 수단이 또 있겠는가.남북 문인들이 힘 합쳐 만든 문학지가 민족통일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돼 서가를 밝힐 날을 기대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2000-08-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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