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띄우는 편지/ 서울 오는 北형님께

반세기만에 띄우는 편지/ 서울 오는 北형님께

김경운 기자 기자
입력 2000-08-14 00:00
수정 2000-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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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계신 현석 형님께’ “이 글을 올리는 저는 형님께서 가족과 헤어진 뒤 태어난 막내 동생 현광이입니다.…형님의 서울 방문을 가장 기뻐하셨을 어머니께서는 꼭 1년 전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김현광(金顯光·47·서울 광진구 중곡동)씨는 15일 얼굴도 모르는큰형 현석(顯碩·65·평안남도 평양시)씨를 만난다.현광씨는 상봉일이 다가오자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큰형이 당황할 것 같아 13일 사진을 동봉한 편지를 썼다.

현광씨는 “환갑이 넘으신 형님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만 자꾸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나서 기쁘기보다는 서글픈 마음이 든다”고말했다.

서울 한성중학교 2학년이던 1950년 인민군 의용군으로 끌려간 큰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어머니는 지난해 8월14일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숨을 거두기 직전 “현석이가 돌아오면 며느리에게 주라”며 자신이 평생 껴 왔던 반지를 큰형 대신 장남 노릇을 해 온 둘째형 현기(顯機·61)씨에게 줬다.

현광씨는 지난 97년 8월16일 아버지 김남식(金南植·85)씨를 모시고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큰형이 살아 있기를 빌었다.아버지는 이 때 북에 있는 큰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천지물을 생수통에 담아왔다.

천지물을 지금껏 보관하고 있는 김남식씨는 서울에 오는 큰아들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던 시계와 카메라를 줄 계획이다.

현광씨는 “한해만 더 살아 계셨어도 큰형님을 보실 수 있었을 텐데…”라고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경운기자
2000-08-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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