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클릭/ 휩쓸려간 ‘대화의 정치’

여의도 클릭/ 휩쓸려간 ‘대화의 정치’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2000-07-25 00:00
수정 2000-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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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부에 이어 밤 사이 영호남 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많은 인명피해가난 24일 아침.여의도 국회의사당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그러나 의사당 안에서는 또다른 광풍(狂風)이 몰아쳤다.본관 2층 운영위원장실에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 50여명이 뒤엉킨 몸 싸움이 벌어졌고, 앞서 오전 아래층소회의실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4·13총선의 부정시비를 둘러싸고 상대 얼굴에 ‘먹칠’을 해댔다.

지난달 5일 개원해 비교적 순항하던 16대 국회는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최대의 파국을 맞았다.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적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민주당은 결국 강행 처리의 외길을 택했다.개정안을 운영위에 상정조차 못하게 몸으로 막던 한나라당은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한 채심야농성을 벌이는 등 대여(對與) 총공세에 나섰다.

여야 모두 논리는 있다.민주당은 “적법하게 국회에 제출된 안건을 상정조차 못하게 막는 것이야말로 힘의 정치”라며 강행 처리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이에 한나라당은 “인위적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총선의 민의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국회법 상정 저지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 무슨 의미나 시비가 있으랴.그저 당리당략을 감싼 포장지에 불과한 것을.자민련을 끌어안아 안정 의석을 확보하려는 민주당과 이런상황을 극구 막으려는 한나라당의 당략만이 있을 뿐이다.

여야가 빚어낸 광풍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휩쓸려가고 말았다.대신 청산해야 할 구 시대의 정쟁만이 당분간 국회의사당을 채울 듯하다.홍수가 남긴진흙탕과 쓰레기더미처럼….

여야 의원들은 이 진흙탕을 의사당에서 씻어내야 한다.

이에 앞서 먼저 수해 지역으로 달려 가기를 충고한다.

그곳에서 이재민들과 더불어 흙더미를 치우며 잃어버린 정치를 찾는 편이의사당에서 치고받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진경호 정치팀 기자 jade@
2000-07-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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