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아버지와 방학

[외언내언] 아버지와 방학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2000-07-24 00:00
수정 2000-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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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병폐로 ‘가정 붕괴’를 지적하는 학자가 많다.그 원인 가운데하나로 흔히 ‘아버지의 부재(不在)’가 꼽힌다.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부모구실은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곧 ‘엄부자모’(嚴父慈母)였지만 요즘은 거꾸로 되었다고도 한다.엄하건,자애롭건 아버지가 가정에서 일정한 구실을 해야 그 가정이 건강하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시간을 나누는 아버지는 많지 않다.아버지로서도 할 말은 있다.국제통화기금(IMF)사태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구조조정이다 기업퇴출이다 ‘살벌한’ 판에 바깥 일에 전념해야지 집안일에 눈 돌릴 틈이 없다는 것이다.그렇더라도 틈틈이 짬을 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아이들과의 피부접촉’을 늘리는 일이다.

저서 ‘털 없는 원숭이’‘맨 워칭’등으로 유명한 동물학자 데스먼드 모리스는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접촉(intimacy)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갈파한 바 있다.신체 접촉 없이 자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세상을바라보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은 정설이다.굳이 학술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된 작지만 따뜻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동네 목욕탕에 함께 가 등을 밀어주던 투박한 손,소나기로 넘쳐난 개울을 건너면서 업혔던 그 너른 등짝 등….

전국의 초·중·고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지 일주일쯤 지났다.방학은 학생인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평소엔 각자생활에 바쁘던 부모·자식이 한 공간에서 마주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학에 아이를 돌보는 일은 여전히 어머니만의 몫으로 남아서,방학에 아이들과 지내는 일을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어머니들이 적지 않다.이번 방학에는 아버지들이 한번 나서보는 게 어떨까? 아이에게 아버지의 따뜻한 체온을 전하는 것은 며칠씩 집을 떠나는 여행으로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집에서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공중목욕탕 함께 가기는 고전적인 방법이다.갖가지 핑계를 만들어 아들·딸 업어주기를 하는 것도 좋다.때로는 온 식구가한 방에 모여서 자보자.밤새 오순도순 얘기하면서 아이들 생각을 들어보면 아이들과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

아이에게 운동하라고 잔소리하기 전에 롤러블레이드·줄넘기·자전거타기를함께 즐기자.그러기 위해 아버지들은 하루의 골프,한두번의 술자리를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

다만 잊지 말고 꼭 챙길 일이 있다.아버지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주위의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나누어 주자.이웃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그것은 부모된 이의 의무 가운데 하나이다.

李容遠 논설위원ywyi@
2000-07-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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