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요인들의 헤픈 발언

[사설] 정부요인들의 헤픈 발언

입력 2000-07-22 00:00
수정 2000-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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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탁(黃源卓)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얼마 전 통일부장관 등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한 일부 인사들이 잇따른 ‘부적절한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은 일이 있는 터라 “도대체 왜들 이러나”하는 개탄의 소리가 높다.외교안보수석이 어떤 자리인가.남북문제 전반을 평가하고 지휘·통제하는 핵심 멤버 중 한 사람이다.그의 말 실수는 자칫 남북 신뢰 관계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저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황수석은 지난 20일 한 강연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남북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던 6월14일 김정일(金正日)위원장은 “검찰이 대학구내 인공기 게양사건관련자를 처벌할 것”이라는 TV보도와 관련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항의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황수석은 또 김위원장이 “열렬한 환영도 받았으니 오늘은 쉬시고 바로 돌아가십시오”라고 요구했다고까지 덧붙였다.굳이 비유하자면 집주인이 초대한 손님에게 느닷없이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것과같은 상황이다.김대통령이 느꼈을 법한 황당함과 곤혹스러움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황수석은 발언내용이 파문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자 “분위기를 재미있게 설명하다 보니 사실보다 더 나갔다”면서 “김위원장이 돌아가라는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선처를 부탁했다”고 정정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수석의 문제발언은 일부 언론을 통해 그대로 보도됐다.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에 당시의 상황이 설사 사실이었다고 하더라도 해프닝 정도로 넘겨버릴 수 있다.청와대는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이공동선언문을 작성할 당시 의견이 엇갈리자 김위원장이 ‘만남에 의미가 있다고 했으니 나머지는 다음에 하자’는 말은 했다”고 공식적으로 해명했다.

청와대가 정상회담의 본질과 상관 없는 일까지 시시콜콜 해명하고 나선다는것 자체가 어찌보면 난센스다.그렇다고 그대로 넘길 일은 아니다.이같은 일이 겹치다 보면 남북대화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회담 과정에서 일어난 사소한 문제까지 공개된다면 누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려 하겠는가.황수석은 경위야 어떻든 직책에 걸맞은 절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파문을 공직사회 전반의 기강 해이와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얼마 전부터 개각과 관련한 여러가지 소문이 나돌면서 하위공무원들까지 제대로 일손을 잡지 않고 있다고 한다.무사안일,눈치보기,냉소주의 등 구태도 심각하게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이를 바로잡으려면 고위공직자들의 심기일전과 솔선수범이 우선이다.특히 자기관리 소홀로 구설수에 오르고 조직의 긴장감을 흐트러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공직사회의 동요를 감안해 개각문제는 가능하면 조속히 마무리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정부요인들의 헤픈언행이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중을 바란다.

2000-07-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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