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천재 수학자 존 내쉬.그의 극적인 삶을 다룬 전기 ‘아름다운 정신’(실비아 네이사 지음,신현용 등 옮김)이 번역돼 나왔다.전기이기 이전에 한 편의 시적인 성장소설이자 불굴의 영혼에바치는 헌사라 할 만하다.저자는 이 책을 인간정신의 신비를 다룬 이야기로규정한다.왜 한갓 전기물에 이런 감성적인 어휘들이 따라붙을까.그의 굴곡많은 삶의 정경을 들여다보면 금세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내쉬는 1928년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블루필드에서 태어났다.그는 뉴턴이나 니체와 같은 고독한 사상가나 초인을 흠모했다.그의 섬광같은 직관은 ‘비합리적’인 것이었다.리만이나 푸앵카레,라마누잔 같은 수학적 직관의 달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비전을 먼저 떠올린 다음 그것을 증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생각하는 기계’를 꿈꾼 내쉬는 어떤 학파에도 합류하지 않고누구의 제자도 되지 않았다.
내쉬는 스물한 살 때부터 10년동안 눈부신 업적을 내놓으며 ‘20세기 후반가장 주목할 만한 수학자’임을 입증했다.특히 인간경쟁의 역학에 관한 내쉬의 합리적 갈등과 협력 이론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 가운데 하나다.멘델의 유전법칙과 다윈의 진화론이 생물학에,뉴턴의 천체역학이 물리학에신선한 충격을 주었듯이 내쉬의 이론은 20세기 경제학에 혁명을 가져왔다.서른 살이 되던 1958년 ‘포춘’지는 그를 ‘새로운 수학’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대서특필했다.마침내 신화가 된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내 정신분열증이라는 ‘정신의 암’에 걸려 30년 동안을 어둠 속에서 헤매야 했다.수학을 포기하고 수비학(數秘學,numerology)과 종교적 예언에 빠진 그는 망상에 사로잡힌 채 자신이 다니던 프린스턴 대학의 파인홀을 배회하는 등 슬픈 유령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내쉬는 1990년 무렵 기적적으로 소생,스물한 살 때 쓴 ‘게임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는다.수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죽음과 같은 분열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당당히 일어선 수학의 천재.사람들은 그의 인간승리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는 내쉬의 삶과 당대의 지성사를 충실히 소화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인다.학술적인 성격의 전기인 만큼 수학,게임이론 등 독자들의 지적 복지에 도움을 줄 만한 정보들로 가득하다.천재성을 단순히 미화하는 전기문학의 흔한 오류에서 벗어나 그 빛과 어둠,심연의 광기까지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도서출판 숭산,전2권각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내쉬는 1928년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블루필드에서 태어났다.그는 뉴턴이나 니체와 같은 고독한 사상가나 초인을 흠모했다.그의 섬광같은 직관은 ‘비합리적’인 것이었다.리만이나 푸앵카레,라마누잔 같은 수학적 직관의 달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비전을 먼저 떠올린 다음 그것을 증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생각하는 기계’를 꿈꾼 내쉬는 어떤 학파에도 합류하지 않고누구의 제자도 되지 않았다.
내쉬는 스물한 살 때부터 10년동안 눈부신 업적을 내놓으며 ‘20세기 후반가장 주목할 만한 수학자’임을 입증했다.특히 인간경쟁의 역학에 관한 내쉬의 합리적 갈등과 협력 이론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 가운데 하나다.멘델의 유전법칙과 다윈의 진화론이 생물학에,뉴턴의 천체역학이 물리학에신선한 충격을 주었듯이 내쉬의 이론은 20세기 경제학에 혁명을 가져왔다.서른 살이 되던 1958년 ‘포춘’지는 그를 ‘새로운 수학’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대서특필했다.마침내 신화가 된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내 정신분열증이라는 ‘정신의 암’에 걸려 30년 동안을 어둠 속에서 헤매야 했다.수학을 포기하고 수비학(數秘學,numerology)과 종교적 예언에 빠진 그는 망상에 사로잡힌 채 자신이 다니던 프린스턴 대학의 파인홀을 배회하는 등 슬픈 유령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내쉬는 1990년 무렵 기적적으로 소생,스물한 살 때 쓴 ‘게임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는다.수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죽음과 같은 분열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당당히 일어선 수학의 천재.사람들은 그의 인간승리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는 내쉬의 삶과 당대의 지성사를 충실히 소화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인다.학술적인 성격의 전기인 만큼 수학,게임이론 등 독자들의 지적 복지에 도움을 줄 만한 정보들로 가득하다.천재성을 단순히 미화하는 전기문학의 흔한 오류에서 벗어나 그 빛과 어둠,심연의 광기까지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도서출판 숭산,전2권각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2000-07-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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