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제2차 도메인 전쟁

[외언내언] 제2차 도메인 전쟁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2000-07-15 00:00
수정 200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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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은 조선시대 후기 인물로 평안도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살았던것으로 추측될 뿐 정확한 이름이나 행적이 전해지지 않는다.그러나 그는 탐관오리와 불효자를 응징하는 정의의 사나이이자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해학의 인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런 봉이 김선달은 비단 조선시대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정보화시대의 디지털공간을 무대삼아 활동하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도 존재한다.이른바‘스쿼터(Squatter)’라고 불리는 인터넷 도메인 사냥꾼들이다.이들은 자신의 업종과 관련 없는 인터넷 도메인을 수백개씩 사들여 이를 도메인 경매시장에 되팔아 엄청난 차익을 챙긴다.

도메인은 말 그대로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의 전화번호와 같은 것이다.따라서먼저 등록해두지 않으면 반드시 남에게 빼앗기게 된다. 지난 1월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가 사상 최대의 합병을 했을 때 양사 관계자는 만사를제쳐두고 새로 출범할 거대 기업의 도메인부터 확보했다.‘봉이 김선달’의선제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이들은 합병 발표 하루 전에 ‘AmericaOnLineTimeWarner.com’에서 ‘AOLTW.com’에 이르기까지 두 회사의 이름으로 만들수 있는 도메인 21개를 등록했다.

스쿼터들의 ‘도메인 싹쓸이’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김대중 대통령(kimdaejung.org//net)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총재(leehoichang.com//net) 등 유명 정치인의 도메인을 몽땅 등록한 사람도있다.그런가 하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일성닷컴’ ‘김정일닷컴’ ‘모란봉닷컴’에서 ‘아바이닷컴’ ‘에미나이닷컴’까지 생겨났다.나라 밖에서도 마찬가지다.지난 5월 현직 영국총리로는 150년만에 아기의 아버지가 된 토니 블레어 총리는 며칠만에 아기 이름의 도메인을 스쿼터에게 싹쓸이당하기도 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닷컴’ 도메인이 고갈위기를 맞고있는 것도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지난달 말 현재 ‘닷컴’ 도메인은 전 세계적으로 950만개가 등록되어 있으며 웹스터 사전에 수록된 명사의 97%가 이미등록됐다고 한다.

‘닷컴’ 도메인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인터넷도메인관리기구(ICANN)회의가 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3박4일간의 일정으로 막이 올랐다.새 도메인후보로는 ‘닷숍(.shop)’과 ‘닷펌(.firm)’,‘닷웹(.web) 등이 유력하다고 외신은 전한다.‘닷컴’을 둘러싼 1차 도메인 전쟁에 이어 새 도메인을대상으로 한 2라운드 ‘금맥찾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朴建昇 논설위원 ksp@
2000-07-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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