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서양신화 우리정서와 닮았네”

“어, 서양신화 우리정서와 닮았네”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0-07-11 00:00
수정 2000-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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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의미를 설명하는 길은 여러 갈래다.근년들어 쏟아져나오는 신화관련서들은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얼마나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는 듯하다.신화연구가 이전에 번역문학가로 더 잘 알려진 이윤기씨의 신화이야기는 장담컨대 그중에서도 ‘흥미 으뜸’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웅진닷컴)라는 평범한 표제처럼 그의 모티프는 거창하지 않아서 편하다.신발.발밑에 납짝 엎드려 인간 자유의지의 상징으로 복무하는 신발로 그는 신화풀이에 들어간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올코스 왕자 이아손의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외짝 신)와 그리스 대표영웅인 테세우스의 외짝 가죽신에는 어떤 공통배경이 가로놓였을까.우연의일치라 일축하고말기엔 작가의 호기심이 차고넘친다.달마대사의 전신이 그려진 달마도에서 대사의 지팡이끝에 번번이 신발 한짝이 걸린 까닭,황급히 잔치마당을 빠져나오던 콩쥐(신데렐라가 잃어버린 유리구두 한짝도 마찬가지)가 꽃신 한짝을 잃어버려야 했던 까닭에 다시 물음표를 찍는다.

여성의변심을 ‘거꾸로 신은 고무신’으로 은유한 데에도,동서양을 막론하고 강물에 몸을 던지는 이들이 다소곳이 신발을 벗어놓는 데에도,그 잠재의식의 바닥에는 모종의 신화적 배경이 깔렸을 거라고 넌지시 암시한다.

신화시대에나 지금이나 신발은 인간 자유의지의 상징이다.그랬을 때 그것은상상을 길어올려주는 두레박같은 장치가 될 것이다.그러나 독자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느라 지은이는 부러 사견(私見)을 달지 않았다.알듯 모를듯한 모티프들만 던져주고 단정없이 넘어가는 서술방식은 작가의 신중한 배려에서 나왔다.

“지금와서 우리에게 신화가 무슨 해당사항이냐?”고 따질 독자들이 있을 지 모른다.책은 바로 그 대목에서 힘을 발휘할 것같다.평이하면서도 맛깔스런지은이의 필담은 신화의 현재적 가치를 역설하기에 아주 맞춤이다.

신화가 어떻게 연유했는지는 영원히 미궁이다.하지만 분명한 사실.지나온 시간과 지금 이 순간,또 다가올 미래의 시간은 아득한 신화시대로부터 간단없이 상상의 모티프를 ‘훔쳤고 훔칠’ 거라는 것이다.상상을 해치지않으려책은 끝내 신화의 개념을 어물쩍 짚고넘어갔다.“신화를 아는 일은 인간을미리 아는 일이다…인간이해의 열쇠가 신화라면,신화를 이해하는 코드는 무엇일까.상상력이다.상상력의 빗장을 열지 않으면 신화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황수정기자 sjh@
2000-07-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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