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만 살자’는 모두 죽는 길

[사설] ‘나만 살자’는 모두 죽는 길

입력 2000-07-11 00:00
수정 2000-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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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금융개혁 등 정부의 개혁조치를 둘러싼 최근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보는 한 외국언론의 지적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개혁을 요구하면서도 자신 아닌 남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보도했다.폐업의사들이나 파업에 참여한 금융노조원들의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같은 지적이 총체적 결과를 놓고 보면 정곡을 찌르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7월 한달을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시행 10일째를 맞는 의약분업은 아직도 원점을 맴돌고 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약업계의 전문의약품 비치율은절반에도 못미친다고 한다.약품목록을 마련하기 위한 지역별 의약분업협력회의가 양측의 비협조로 번번히 무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더구나 일부 종합병원 의사들이 전격적으로 ‘원외처방전’만을 발행해 환자들을 골탕 먹이는것은 환자들에게 고통을 느끼게 함으로써 의약분업을 밑바탕에서 허물겠다는의도라는 비난도 있다.의약분업의 전제조건인 약사법 개정 또한 아직까지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있다. 약사법 개정의 핵심 쟁점이 약국의 임의조제와 대체조제의 허용범위인 것을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 보면 의료계와 약업계의 밥그릇 싸움이 개혁과 국민건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금융개혁을 둘러싼 노·정 갈등의 핵심은 금융지주회사법인 것 같다.금융지주회사 설립은 금융계의 제2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금감위 안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강제합병에 비해 인원과 조직이 거의 줄어들지 않고 은행의 연쇄부실을 막을 수 있음은 누가 봐도 쉽게 납득할 수있기 때문이다.노조는 뒤늦게 관치금융 반대를 들고 나왔지만 다분히 명분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노조는 각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환자 자신의 집도로 수술을 하겠다는 말처럼들린다.

결국 노조의 속셈은 최소한 인원의 해고를 막기 위해 금융개혁 자체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노조가 노조원의 해고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탓할 일이아니다. 다만 지금 금융개혁에 실패하면제2환란이 온다는 절박한 사정을 알면서 정부 당국의 대안마저 외면하고 관치금융 반대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깃발을 들고 나오는 것은 같이 망하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민주사회의 장점은다양한 이익집단의 조화로운 공존에 있다. 이는 절충과 타협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천명한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한번 정한 방침은 반드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이것만이 정부는 물론 상반된 이익집단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2000-07-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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