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이미지로 반영하는 작업이 영화라면,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영화사에서 남북분단은 ‘본의아니게’ 주요소재가 돼왔다. 한반도 분단과 영화를 주제로 최근 논문을 쓴 영화평론가 김의수씨 같은 이는 “70년대 이전의 한국영화치고 분단영화 아닌 게 없더라”고 말할 정도다.
분단을 소재로 잡은 영화는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끊임없이 만들어져왔다.
초기 반공영화의 대표작으로 첫손에 꼽히는 영화는 ‘피아골’(감독 이강천·1955년).지리산 빨치산의 만행과 여대원을 둘러싼 그들의 갈등,자유의식을 그린 이 영화의 흥행 이후 분단영화는 영화가의 최고 아이템으로 부각되다시피 했다.‘지옥화’ ‘철조망’ ‘오발탄’ 등의 6·25 소재 영화가 붐을일으킨 것이 그 즈음이다.
5·16과 유신 등의 질곡을 거치는 동안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은 정치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60년대에는 상업성이 고려되지 않은,다분히 통치차원의 반공영화들이 줄을이었다.‘증언’ ‘돌아오지 않는 해병’ ‘카인의 후예’ ‘전우가 남긴 한마디’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이 대목쯤에서 고개드는 의문.이들 영화가 분단현실 극복의 한 대안으로 기능해온 적이 있었을까.분단을 보는 영화적 시각이 반공이데올로기를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80년대 들어서였다.
영화평론가 김시무씨는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이장호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이 비로소 전쟁의후유증과 인간의 고뇌를 담아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분단을 바라보는 영화적 시각은 시대흐름속에서 꾸준히 달라져왔다.대자본이 들어가고 상업논리가 최고 우위를 점하는 최근의 영화제작 현장에서는 더말할 나위도 없다.분단인식을 ‘범국민적’으로 환기시켜준 영화는 단연 ‘쉬리’였다.
남북간 이념대립 자체가 맥락을 이룬 이 영화는 분단과 영화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확실한 공을 세웠다.정치적·이념적 메시지를 가진 영화는성공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보기좋게 깨부순 것.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분단이 엄연한 현실인 이상,영상이미지 시대에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주요한 영화적 테마가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분단현실을 함께 고민하는 장치로서 영화는 얼마든 큰 역할을 자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제부턴가 베트남전을 ‘지옥의 묵시록’이나 ‘7월4일생’ ‘플래툰’으로 떠올리는 상황에 주목해보라는 주문이다.
물론 여기서 짚고넘어가야 할 문제점도 있다.분단현실이 상품화·오락화 일변도로 치닫는 최근 영화제작 경향에 대한 비판이다.
남북이념의 대립을 부각시키는 영화는 분단 극복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고착을 조장하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에서다.‘쉬리’를 정면겨냥해 “우리쪽을 자극하는 영화는 만들지 않도록 남쪽 언론에 말해달라”고 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멘트는 흘려들을 일만도 아닌 셈이다.
판문점의 긴장을 소재로 한창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미스터리 휴먼드라마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에 쏠리는 관심이 어느때보다 큰 것도 그래서다. 분단현실을 극복하는 데 영화가 주효 장치로 활용될 가능성은 얼마든포착된다는 게 영화가의 중론이다.
‘공동경비구역’을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분단에 대한 균형감각있는 철학이 전제된다면,한반도 분단상황에 대한 지구촌의 성의있는 관심을유도하는 데 영화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올 칸느영화제에서 분단을 겪은 독일 등 유럽권에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많았던 점에 주목,명필름측은 영화를 내년 베를린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을 잡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당장 ‘공동경비구역’의 경우 통일대교 촬영을 군당국에 협조요청했다가 보기좋게 거절당했다.올리버 스톤이 ‘플래툰’이나 ‘7월4일생’을 혼자 힘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상기되는 대목이다.
황수정기자 sjh@
분단을 소재로 잡은 영화는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끊임없이 만들어져왔다.
초기 반공영화의 대표작으로 첫손에 꼽히는 영화는 ‘피아골’(감독 이강천·1955년).지리산 빨치산의 만행과 여대원을 둘러싼 그들의 갈등,자유의식을 그린 이 영화의 흥행 이후 분단영화는 영화가의 최고 아이템으로 부각되다시피 했다.‘지옥화’ ‘철조망’ ‘오발탄’ 등의 6·25 소재 영화가 붐을일으킨 것이 그 즈음이다.
5·16과 유신 등의 질곡을 거치는 동안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은 정치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60년대에는 상업성이 고려되지 않은,다분히 통치차원의 반공영화들이 줄을이었다.‘증언’ ‘돌아오지 않는 해병’ ‘카인의 후예’ ‘전우가 남긴 한마디’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이 대목쯤에서 고개드는 의문.이들 영화가 분단현실 극복의 한 대안으로 기능해온 적이 있었을까.분단을 보는 영화적 시각이 반공이데올로기를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80년대 들어서였다.
영화평론가 김시무씨는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이장호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이 비로소 전쟁의후유증과 인간의 고뇌를 담아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분단을 바라보는 영화적 시각은 시대흐름속에서 꾸준히 달라져왔다.대자본이 들어가고 상업논리가 최고 우위를 점하는 최근의 영화제작 현장에서는 더말할 나위도 없다.분단인식을 ‘범국민적’으로 환기시켜준 영화는 단연 ‘쉬리’였다.
남북간 이념대립 자체가 맥락을 이룬 이 영화는 분단과 영화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확실한 공을 세웠다.정치적·이념적 메시지를 가진 영화는성공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보기좋게 깨부순 것.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분단이 엄연한 현실인 이상,영상이미지 시대에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주요한 영화적 테마가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분단현실을 함께 고민하는 장치로서 영화는 얼마든 큰 역할을 자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제부턴가 베트남전을 ‘지옥의 묵시록’이나 ‘7월4일생’ ‘플래툰’으로 떠올리는 상황에 주목해보라는 주문이다.
물론 여기서 짚고넘어가야 할 문제점도 있다.분단현실이 상품화·오락화 일변도로 치닫는 최근 영화제작 경향에 대한 비판이다.
남북이념의 대립을 부각시키는 영화는 분단 극복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고착을 조장하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에서다.‘쉬리’를 정면겨냥해 “우리쪽을 자극하는 영화는 만들지 않도록 남쪽 언론에 말해달라”고 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멘트는 흘려들을 일만도 아닌 셈이다.
판문점의 긴장을 소재로 한창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미스터리 휴먼드라마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에 쏠리는 관심이 어느때보다 큰 것도 그래서다. 분단현실을 극복하는 데 영화가 주효 장치로 활용될 가능성은 얼마든포착된다는 게 영화가의 중론이다.
‘공동경비구역’을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분단에 대한 균형감각있는 철학이 전제된다면,한반도 분단상황에 대한 지구촌의 성의있는 관심을유도하는 데 영화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올 칸느영화제에서 분단을 겪은 독일 등 유럽권에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많았던 점에 주목,명필름측은 영화를 내년 베를린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을 잡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당장 ‘공동경비구역’의 경우 통일대교 촬영을 군당국에 협조요청했다가 보기좋게 거절당했다.올리버 스톤이 ‘플래툰’이나 ‘7월4일생’을 혼자 힘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상기되는 대목이다.
황수정기자 sjh@
2000-06-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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