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서울대와 일본학

[외언내언] 서울대와 일본학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2000-06-09 00:00
수정 2000-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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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서울대에 일본학 과정이 개설될 것인가.이기준(李基俊) 서울대 총장과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도쿄대 총장이 7일 발표한 공동선언문은 그동안 일본학 연구를 둘러싼 서울대의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할 것인지 주목된다.

‘서울대·도쿄대 교류 및 협력에 대학 공동선언문’은 이르면 새해 서울대에 일본학 연구과정을,도쿄대에 한국학 연구과정을 개설한다는 것을 골자로하고 있다.또 두 대학 총장이 매년 교차방문하고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교류협력특별위원회를 각각 설치해 적어도 1년에 1회 이상 회의를 갖고 상호협력의제를 설정하고 실행실적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 선언문이 구체화되고 실행된다면 한국과 일본간의 ‘비정상적인 관계’하나가 청산된다.국제화시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에 대한 학문적 빗장이 양국의 대표적인 국립대학에 의해 완전히 풀리는 것이다.따라서 지금까지 전공별로 분산돼 이루어진 서울대의 일본 연구가 체계화·종합화될 수도있을 것이다.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의 교류협력 강화는 사실 이제 뉴스라고 할 수도 없다.서울대가 교류협력 협정을 맺은 외국대학만도 수십 개에 이른다.그럼에도 이 선언문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이 우리 역사속에 차지하는 특수한 위치와 국립대학으로서 서울대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지난 46년 개교 이래 서울대가 일본 관련 교과목 편성이나 연구과정 개설에 소극적이었던 것 또한그 때문이다.

일본학 연구소 설립을 위한 일본측의 100만달러 자금 지원 제의설로 교수들간에 한때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등 일본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과민족감정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보여 온 서울대 교수들은 물론이고 서울대교수 못지않게 자존심 강한 도쿄대 교수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남아 있어 이번 선언의 성공 여부를 낙관할 수 없다 한다.

그러나 민족감정과는 별개로 이제 국제전문인력 양성 차원에서 일본학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본다.아니 일본문화 개방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터에 이미 늦었다고도 할 수 있다.서울대가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인정할 경우 고등학교에서의 제2외국어 선택이 일본어에 편중될 것이라는 염려도 있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도쿄대와 동시에 똑같은 비중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귀담아 듣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은해야 하겠지만 기계적인 상호주의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립적인 연구자세다.일제의 조선침탈은 한반도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한국과 일본의 동반자 관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은 그 사실을 기억하며 서울대에 일본학 과정이 개설되는 것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任英淑 논설위원
2000-06-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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