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재벌 대혁명](5.끝)개혁의 방향

[막오른 재벌 대혁명](5.끝)개혁의 방향

강철규 기자 기자
입력 2000-06-09 00:00
수정 2000-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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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주영(鄭周永)씨 일가의 경영일선 퇴진으로 지난 40여년간 지탱해온한국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정주영 명예회장은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하는 것이 국제 경쟁사회에서 성공하는 길”이라고 선언했다.말 그대로가 사실이라면 회사별 독립경영제로 나아갈 것이 예상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정씨 일가가 결코 스스로 그런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그룹에 대한 소유자 경영체제가 살아날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비관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시간이문제지 결국은 독립경영제로 변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과거와는달리 시장의 투자가들이 끊임없이 현대를 주시하고 있고 그 결과가 그때그때주가에 반영돼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유자 경영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어갈 때 이상적 모형은 무엇인가.

오늘날 세계 주요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크게 앵글로 색슨형의 시장중심형모형과 일본·독일의 관계중심형 모형이 대표적이다.영국과 미국의 시장중심형 모형은 개별기업별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이 중심이 돼 있는 주주의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자가 최대한 노력하는 모형이다.잘 하는 경영자는 엄청난 규모의 소득을 보장받고 잘 못하면 언제든지 경질된다.

일본과 독일의 관계중심형 모형은 서로 관련이 있는 계열사들과 은행이 소유권을 가지는 구조다.시장의 반응보다 상호출자하고 있는 계열사간의 관계가 중시된다.만약 계열사중에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있다면 시장에서 심판을받아 퇴출되기보다는 그룹 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해 이를 보호한다.초과설비와 과잉생산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야기한다.90년대 줄곧 저성장과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지배 구조상의 결함 때문이라는 주장이나오고 있다.

총수와 그 가족이 물러난다고 했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떠한 모형을 참고해우리의 모형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필자는 당연히 시장중심형을 모델로 해야한다고 본다. 관계중심형은 이미 결함이 드러났고 일본과 독일의 경제가 지난 10년간 이 때문에 침체하고 있는 점을 상기하면 좋을 것이다.시장중심형모형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각 사별 독립경영제로 가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정명예회장의 말대로 각 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체제로 가려면 간접상호출자를 금지하든지 그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과도기에 계열사 지분을 차별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법도 강구해볼 수 있다.

독립경영제가 된 다음에는 개별기업별로 주주총회와 이사회 그리고 경영진사이에 역할을 분담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현대적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계열을 그대로 존속하면서 사외이사제 도입으로 이 문제를 풀려는 것은 무리다.사외이사가 누구를 대변하느냐도 문제이지만 사외이사의 힘만으로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개별기업별로 형성된이사회에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은 독립기업화를 전제로 할 때 성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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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 서울시립대교수 규제개혁위 공동위원장.
2000-06-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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