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생활에 필수적인 도구가 된 오늘날,거리를 다니는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가 어느 정도 지켜지는가를 보면 그 나라의 전반적인 인권존중과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이 점에서 스웨덴은 분명히 가장 앞서가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스웨덴 사람들은 산책을 즐긴다. 어른,아이 구분없이 틈만 나면 집을 나서몇 시간이고 산책을 한다.그래서 웬만한 곳에는 보행자들을 위한 보도 이외에도 잘 정돈된 산책로가 따로 있다.국민들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행정의 본보기다.그러나 시민들을 위하는 스웨덴 정부의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십수년전 필자가 스웨덴에서 대사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한 겨울 어느 날 이른 새벽에 창밖을 내다보니 밤새도록 눈이 쌓인 거리에서 제설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그런데 작업이 진행되는 순서가 흥미로웠다.제일 먼저산책로에 내린 눈이 치워졌다.산책로용 제설기가 따로 있었다.그 다음 보도에 쌓인 눈이 차도 쪽으로 치워졌다.마지막으로 차도 위의 눈이 제설차에 실려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이었다.
사람이 차량에 우선한다는 인식,나아가 시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그리고 이를 충족시키려는 의지가 묵묵히 행동으로 옮겨지는 현장이었다.차도의 눈이 아무렇게나 보도쪽으로 치워지고 보행자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우리 나라의 경우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필자는 그 광경을 한동안 바라보면서,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그와 같은 작은 일들이 쌓여서 진정으로 인간과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했다.
이처럼 선진민주사회에서 인권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삶의현장에서 실천되는 사고와 행동양식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인권보호를 강화할 뿐 아니라,스스로 인간존중을 실천하는 행정을 펴야하는 것이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작은 곳에서부터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행정,이것이야 말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즉,국민이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해소시켜 주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면서도 개인의 힘으로서는 마련하기 어려운 인프라를 만들어주면서,개개인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민주주의가 억압받던 시절에 구호로 외치던 인권,그리고 민주화가 완성되면서 법제도상 보장된 인권의 개념에는 익숙해져 있다.그러나 보행자들의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도를 점령한 차들,지나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현장 등을 볼 때,보다 실천적 의미의 인간존중은 아직도우리의 생활반경으로부터 먼 거리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李廷彬 외교부장관
스웨덴 사람들은 산책을 즐긴다. 어른,아이 구분없이 틈만 나면 집을 나서몇 시간이고 산책을 한다.그래서 웬만한 곳에는 보행자들을 위한 보도 이외에도 잘 정돈된 산책로가 따로 있다.국민들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행정의 본보기다.그러나 시민들을 위하는 스웨덴 정부의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십수년전 필자가 스웨덴에서 대사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한 겨울 어느 날 이른 새벽에 창밖을 내다보니 밤새도록 눈이 쌓인 거리에서 제설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그런데 작업이 진행되는 순서가 흥미로웠다.제일 먼저산책로에 내린 눈이 치워졌다.산책로용 제설기가 따로 있었다.그 다음 보도에 쌓인 눈이 차도 쪽으로 치워졌다.마지막으로 차도 위의 눈이 제설차에 실려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이었다.
사람이 차량에 우선한다는 인식,나아가 시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그리고 이를 충족시키려는 의지가 묵묵히 행동으로 옮겨지는 현장이었다.차도의 눈이 아무렇게나 보도쪽으로 치워지고 보행자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우리 나라의 경우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필자는 그 광경을 한동안 바라보면서,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그와 같은 작은 일들이 쌓여서 진정으로 인간과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했다.
이처럼 선진민주사회에서 인권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삶의현장에서 실천되는 사고와 행동양식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인권보호를 강화할 뿐 아니라,스스로 인간존중을 실천하는 행정을 펴야하는 것이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작은 곳에서부터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행정,이것이야 말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즉,국민이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해소시켜 주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면서도 개인의 힘으로서는 마련하기 어려운 인프라를 만들어주면서,개개인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민주주의가 억압받던 시절에 구호로 외치던 인권,그리고 민주화가 완성되면서 법제도상 보장된 인권의 개념에는 익숙해져 있다.그러나 보행자들의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도를 점령한 차들,지나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현장 등을 볼 때,보다 실천적 의미의 인간존중은 아직도우리의 생활반경으로부터 먼 거리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李廷彬 외교부장관
2000-05-24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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