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로비’뜻 오해되고 있다

[대한광장] ‘로비’뜻 오해되고 있다

장행훈 기자 기자
입력 2000-05-22 00:00
수정 200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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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로비’로 화제를 모은 ‘린다 김’ 로비 스캔들,1,000만달러에 달하는커미션의 수령자가 밝혀지면 문민정권의 고위직이 많이 다칠지 모른다는 추측 때문에 정가를 긴장시킨 최만석 로비 의혹으로 이제 ‘로비’라는 외국어가 IMF라는 말 만큼이나 사람들의 귀에 친근해졌다.로비를 양성화하자는 신문 사설이 실리고 새로 개원될 16대 국회에서는 로비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이미 법안을 마련해둔 의원도 있다.로비가 한때의 스캔들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우리의 정치·경제생활 속에서 계속 그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이다.지금도 로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데,이것을 법으로 허용하게 되면 규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고 다양한 로비활동 중에서 어떤 로비를 양성화한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아 더욱 우려스럽다.

미국은 수도 워싱턴DC에만 2만여명의 로비스트들이 등록돼 있을 정도로 로비의 나라이다.그래서 흔히 로비가 미국에서 출발한 제도로 생각한다.그러나로비는 원래 1830년 영국에서 출발했다.옥스포드 사전에 의하면 로비는 ‘국회의원과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공중에 개방된 커다란 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로비는 의사당 안의 회의실 밖 복도를 의미하는 말로,무대 뒤에서 의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들이 상하 양원 의원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장소였다.미국은 영국보다 조금 늦게 영국의 로비제도를도입해서 미국의 정치현실에 맞게 적응·발전시켰다.연방 헌법도 로비의 합헌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무질서한 로비활동을 규제할 필요가 생겨 1946년 연방로비규제법을 제정했다.하지만 1954년의 미 대법원 판시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연방로비법은 불완전한 점이 많고,특히 로비활동의 정의가 모호해 그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미국과는 달리 유럽대륙에서는 로비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 않은 나라들이 많다.프랑스에서도 로비활동이 매년늘고 있어 규제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로비규제법은 없다.아직도 로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한국과 비슷하다.긍정적으로 보아 로비를정치권력을 상대로 한 이익단체의 이익보호활동으로 보고 있지만,로비스트를 ‘영향력을 파는 상인’으로 경멸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로비는 정당이나 노조 같은 전통적 민주적 대표조직들이 다양한 집단의 이익을 만족시켜줄 수 없게 되자,여기에 특정집단이 자기들의 이익을 보호하기위해 자기 집단과 정치권력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고 압력을 행사해주는 로비의 필요성을 발견하면서 그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경제·사회적 사안이 점점 복잡해지고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필요한 정치권력에게 로비스트들의 역할은 유익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로비에서 다루는 문제들이 복잡해서 미국에서는 그 방면의 전문가인 변호사들이 주로 로비를 맡고 있다.다른 한편으로 로비는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 일부 특정집단의 이익을 우선하여 다른 집단의 반발을 자극하고 사회의 조화를깨뜨린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로비활동은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이나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입법 또는 정책과 관련된 것이 주종을 이룬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신문에서 떠들고 있는 로비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스캔들의 대상이 된 로비는 입법활동이나 정책결정과는 관계가 없는 정직하지 못한 뒷거래에 지나지 않는다.이같은 부정 상거래를 근절하겠다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부패방지조약을 체결한 목적이었고 한국도 그조약에 가입했다.이같은 로비는 부패방지조약의 정신에 따라 철저히 단속할대상이지 양성화할 대상이 아니다.그러므로 우리가 양성화를 논하는 로비는민주정치 실현에 도움이 되는 로비이지 무기판매나 고속전철 차량구매 등과관련된 그런 로비가 아니다.그런데 지금 신문에서 거론하는 양성화는 마치거액의 커미션이 걸린 로비를 양성화하자는 것처럼 들려 혼란스럽다.먼저 로비의 정의(定義)를 분명히 한 다음 그 양성화를 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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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일하는 의회, 정책으로 승부할 것”

장행훈 한양대 교수.
2000-05-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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