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일본인 ‘전통음악 연주회’ 큰 갈채

주한 일본인 ‘전통음악 연주회’ 큰 갈채

입력 2000-05-16 00:00
수정 2000-05-1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에∼라 만소(수),에라∼대신이여…’지난 12일 밤 서울 운니동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뉴센추리홀.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4명의 남녀가 서툰 발음으로 민요 ‘성주풀이’를 구성지게 부르자 객석 여기저기서 ‘얼씨구’‘좋∼다’라는 추임새가 터져나왔다.

무대에 선 이들은 일본문화원 직원들로 구성된 ‘한국전통음악동호회’회원들.지난 1년간 틈틈이 배운 한국민요와 판소리 솜씨를 주한일본인과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무대였다.뒤이어 등장한 나카네(中根)원장은 웬만한 한국인 못지않은 정확한 발음과 장단으로 ‘사철가’를 열창해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마지막에 회원 8명이 무대를 빙빙돌며 ‘강강술래’를 부를때는 관객모두가 박수와 추임새로 장단을 맞추며 한마음으로 어우러졌다.

‘한국전통음악동호회’의 연주회는 이번이 두번째.지난해 7월 첫 연주회때는 당시 일본대사였던 오구라 가즈오(小倉 和夫)가 판소리 ‘춘향가’를 불러 화제가 됐었다.

동호회가 구성된 것은 지난해 4월.한국 부임전부터 판소리에 관심이 많았던오구라 대사가국악인 조주선에게 개인수업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직원들이 한두명씩 참여해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다.올초 파리로 옮겨간 오구라 대사는 요즘도 녹음테이프를 통해 원격강의를 받을 정도로 한국전통음악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고.

오구라 대사가 떠난 뒤로는 나카네 원장을 중심으로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에대사관 회의실에서 조씨에게 민요와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이번 연주회를앞두고는 스승도 모르게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에 열중했다는게 조씨의 귀띔.

특히 곧 한국을 떠날 나카네 원장과 가네다(金田)서기관은 마지막 무대에서최선의 실력을 발휘하기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고 한다.

“문화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라는 신념에 따라 한국음악을 배우게됐다”는 나카네 원장은 “잘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전통음악을 배우면서 한국을 더많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회원인 스보타(坪田)도“한국음악 특유의 장단을 익히기가 쉽진 않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한국과일본이 더 나은관계로 발전하게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순녀기자
2000-05-16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