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공무원] 국립현대미술관 鄭秀和팀장

[자랑스런 공무원] 국립현대미술관 鄭秀和팀장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4-08 00:00
수정 200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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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의 정수화(鄭秀和·54·6급)건축팀장은 미술관에 대해서는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미술관 박사’다.미술관을 새로 지으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박사’에게 자문을 해야 한다.

정 팀장에게 자문하지 않고서는 설계와 공사를 다시 하느라 막대한 예산을낭비하기 때문이다.여느 전문가들이 찾아내지 못하는 설계 잘못을 그는 미술관에 들어서기만 해도 2∼3건을 족집게처럼 집어낸다.

하루가 멀다하고 미술관을 찾아오는 100∼200여명의 공대생에게 미술관 강의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교수들은 박물관은 잘 알아도 미술관의 특성은모른다는 게 정 팀장의 설명이다.건축설계 회사의 간부들도 그의 강의를 듣는다.

정 팀장은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기술직 공무원에게 흔한 기술사 자격증도 없다.그런데도 그의 앞에서 대학 건축과 교수들조차 쩔쩔 맬 정도로박사가 된 것은 순전히 노력 때문이다.

74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숙직을 도맡았다.밤을 새면서 기계를 뜯어 살폈고 직접 설계도면을 그렸다.86년 지금의 미술관으로옮겨온 뒤에도 이런 독학은 계속됐다.

몇년 전 비 오는날 밤 천장에서 비가 샌다는 당직자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몇번째 계단으로 천장에 올라가 이런저런 응급조치를 하라고 지시했고,미술관의 미술품은 전혀 손상이 없었다.천장 위를 수십번 탔기 때문에미술관 구조는 손금 보듯 훤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어떤 미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전시했다.크기가 워낙 커서 독일에서는 설치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독일 작가는“한국에서 이렇게 훌륭한 기술자가 있느냐”며 무척 고마워했다.

김재철(金在喆)관리과장은 정 팀장을 “주인 의식이 있고 소신이 뚜렷한 미술관 박사”라고 치켜세운다.미술 작품 설치를 놓고 미술관장과 이견이 빚어져도 관장은 정 팀장 의견 앞에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정 팀장은 건설회사 몇군데서 1억원이 훨씬 넘는 연봉의 스카우트 제의를해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마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거절하고 있다.미술관 교육관을 새로 짓고 지방미술관 건축을 도와야 한다는것이다.

박정현기자 jhpark@
2000-04-0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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