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KBS1 새드라마 ‘태조 왕건’

프리뷰/ KBS1 새드라마 ‘태조 왕건’

임병선 기자 기자
입력 2000-03-31 00:00
수정 2000-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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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새가 창공을 난다.왕조의 역사와 부질없는 인간의 권력 다툼을 비웃듯.

그리고는 살기 도는 전장.이내 흙먼지 바람 속에 한떼의 군사들이 달려온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통일신라에 맞서 일어난 미륵군 궁예의군사들.불화살이 날고 수많은 목숨이 상한 뒤에야 철원성은 궁예군에 문을열어준다.한밤에 횃불을 들고 진군하는 군중 신은 오랜만에 TV로 접하는 웅혼(雄渾)한 장면.

29일 시사회에서 만난 KBS-1TV 밀레니엄 기획 ‘태조 왕건’(이환경 극본 김종선 연출·1일 밤9시50분 첫회)은 전작 ‘왕과 비’가 구중심처의 소소한사건을 쫓던 데서 탈피,선굵은 남성 드라마의 가능성을 입증해 보인다.

첫회는 어찌보면 궁예(김영철)를 위해 준비된 듯 하다.그는 백성의 목숨이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섬멸의 기회를 한사코 피하고 일반 병사들과 동고동락하는 등 민중주의의 화신으로서 면모를 한껏 뽐내고 있다.

통일신라를 두동강내며 옛 고구려 영토를 넘보던 궁예는 송악을 큰 호랑이,즉 왕건이 웅크리고 있는 곳으로 여기고 탐낸다.왕건(최수종)의 아버지 왕륭(신구)은 바다를 장악한 송악의 호족으로 다른 호족들과 달리 궁예 앞에 나아가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다.아들 건이가 제왕의 운명을 타고 났고 궁예와의 만남이 그에게 새 세상을 펼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허점은 보였다.전투장면이 여러차례 반복되는데 그 장면이 그 장면같아 스펙터클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많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내지 못한 게 아닌가 여겨진다.

하지만 후삼국 시대 영웅들의 각축을 손에 쥘 듯 들려준 이환경의 극본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이씨는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MBC ‘허준’의 최완규를 문하에 거느렸던 작가세계의 큰 스승.첫회에 만족하지 못한 시청자라면 2회부터 펼쳐질 왕건과 궁예의 운명적인 만남과 갈등을 숨죽여 지켜볼 필요가 있다.숱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던 왕건의 제왕론이 본격적으로 나래를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때문에 첫 장면의 한마리 새는바로 왕건으로도 읽히는 것이다.

임병선기자 bsnim@
2000-03-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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