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가장 오래된 조선일보’는 역사왜곡

[오늘의 눈] ‘가장 오래된 조선일보’는 역사왜곡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3-08 00:00
수정 200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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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창간 80주년을 맞은 조선일보는 서울시내 곳곳에 세워진 창간기념 선전물을 통해 자사 신문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근대 이후 수많은신문이 명멸한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조선일보가 80년의 역사를이어온 것은 대견스런 일이며 또 축하할 만하다.그러나 조선일보가 자사 신문을 ‘역사가 가장 오래된 우리신문’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이는 엄연한 역사왜곡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신문은 1883년(고종 20년) 10월 1일(음력) 통리아문박문국에서 순간(旬刊)으로 발행한 ‘한성순보(漢城旬報)’다.이 신문은 1882년 수신사로 일본에 갔던 박영효가 돌아와서 고종에게 신문발간의 필요성을 역설,이듬해 고종의 허락을 받아 발행됐다.그러나 이 신문은 1884년 일어난 갑신정변때 사옥·인쇄시설이 모두 불타 발행 1년만에 막을 내렸다.1886년주간신문 ‘한성주보(漢城週報)’로 복간됐으나 이 역시 2년뒤 박문국 폐지와 함께 폐간된 이후 대를 잇지 못한채 끝나고 말았다.

문제는 현재까지 발행되고 있는 신문 가운데어느 신문이 가장 역사가 오랜신문인가 하는 점이다.조선일보는 자사 신문이 가장 역사가 오랜 신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대한매일’은 올해로 창간 96년째를 맞고 있으니 조선일보보다 16년이나 역사가 더 오래 됐다.

대한매일은 1904년 7월 18일 영국인 베델(한국명 배설·裵說)을 발행인 겸편집인으로 창간된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의 후신이다.대한매일신보는 영국인이 창간한 신문이긴 하지만 제작실무자는 양기탁 등 한국인 우국지사들이었다.또 구국항일의 논조에다 우리 땅에서 발행됐으니 ‘우리신문’이라는 점에서도 하자가 없다.

물론 대한매일신보가 한·일병합후 ‘매일신보’로 개제돼 총독부 기관지로 전락한 사실,또 해방 후에는 ‘서울신문’으로 다시 개제돼 역대 정권의 홍보지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이같은 것은 여기서 논할 사안은 아니다.문제는 대한매일신보가 맥을 이어왔느냐 하는 점이다.2년전 서울신문은전신인 대한매일신보의 창간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호를 ‘대한매일’로 환원하였으며,작년에는 창간95주년 행사를 성대히 치른 바 있다.조선일보는 창간기념 선전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우리신문’이란 문구를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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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 현 특집기획팀 차장
2000-03-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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