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숙 예술종합학교 총장 “나도 한때는 文學열병 앓던 청년”

이강숙 예술종합학교 총장 “나도 한때는 文學열병 앓던 청년”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2000-03-02 00:00
수정 200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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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64)은 한때 문학 지망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로 음악평론가로 교육인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어도 문인만 만나면 주눅이 든다고 토로한다.

그런 이총장이 제 표현대로 ‘꿈같은’ 문예지 ‘현대문학’3월호에 ‘불가사의한 존재들’이라는 글을 실었다.다만 시나 소설이 아니라 ‘문학실패담’이라는 점이 아쉬울 뿐….

그는 학창 시절 ‘현대문학’과 ‘자유문학’에 열심히 투고했지만 소식이없었다.‘나를 알아주는 잡지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상계’에 ‘방황의 시간’이라는 소설을 투고했지만 소용없었다.당시 “나 대신”등단한 사람은 작가 이청준이었다.

결국 “바보 짓 그만하고 콩나물 대가리나 두들기라”는 친구들의 충고에문학을 포기하고 음악으로 돌아갔다.미국으로 유학간 뒤엔 ‘창작과 비평’을 우연히 만나도 ‘문학병이 도지는 것이 무서워’목차만 보고 덮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심사위원을 잘못 만나서 그렇지 ‘방황의 시간’ 이라는 멋있는 소설을 쓴,숨어있는 문제작가가여기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방황의 시간’이 ‘문제작’이 된 것은 원고가 없어졌기 때문. 잘 쓴 소설이라고아무리 우긴들 누구도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귀국후 어느날 부인으로부터 “당신이 술만 취하면 기고만장하던 원고가 나왔다”는 전화가 걸려왔다.‘방황의 시간’이 아니라 ‘배회의 시간’으로 “숨어 있는 걸작인지 아닌지 빨리 확인해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강숙’이라는 이름 밑에 ‘소변이 마려워서 명동다방 안으로 급히들어섰다’는 첫 문장을 보고 “일단 시작은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다음문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는 것이다.

이총장은 “그뒤 묻어버리려 해도 묻혀지지 않는 후회의 나날들이 나를 괴롭혔다”면서 “비록 훌륭한 것이 아니더라도,시나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의 귀함을 알게 되었고,아직도 문인들은 ‘불가사의한 존재’로 남아 있다”고 술회했다.

서동철기자
2000-03-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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