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누가 조선일보를 검열한단 말인가

[기고]누가 조선일보를 검열한단 말인가

김동민 기자 기자
입력 2000-02-25 00:00
수정 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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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언론인협회(IPI)의 요한 프리츠 사무총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은 여러가지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서한을 보내는 것이야 자유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은 주제넘은 행위였음이 명백하다.“조선일보의 사설은 조금도 명예훼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주권국가의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게다가 대통령에게 소송을 취하시키라는 뉘앙스까지 풍기고 있다.그리고“이번 사건이 한국의 국제적 명성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위협을 한다.

IPI가 언론자유 신장을 위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그러나 해당 국가의 사회적·규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잣대를 들이대고 맹목적인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당시 야당이 도·감청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정치적 공세 측면이 강했다.

작년 한해는 각종 의혹 만들기로 날이 지샐 정도였다.야당이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이 이를 부풀려 주었다.야당이정략적인 의도에서 의혹을 제조해 내면 언론이 역시 정략적·상업적 의도를가지고 거의 기정사실화하며 동조했다.문제의 ‘검찰의 감청의혹’ 사설도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던 것이다.IPI는 작년 중앙일보사태 때도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중앙일보의 편을 들어준 전례가 있어 그명성이 실추된 바 있다.

프리츠 총장은 서한에서 “사설은 의견”이며 “단지 검찰의 감청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뿐”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그렇다.사설은 의견이고 따라서 일반 기사에서보다 법적 보호의 영역이 넓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 얘기나 막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의혹’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개인이나 집단을 궁지에 몰아넣고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행위가 언론자유라는 미명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공무원이라고 해도 보호받아야 할 명예가 있는 것이며,법의 제재는 언론의 무책임한보도와 논평으로부터 명예를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다.그러함에도 불구하고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주장으로 횡포를 부린 것이다.

검찰이 아직 독립적인 위상을 확보하지 못한것은 시정해야 할 일이지만,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의 문제다.그런데도 프리츠 총장은 대통령에게 소송 취하를 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향후 “공무원에 의한 유사한 명예훼손 소송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한다.게다가 “조선일보가 항소한 이번 소송사건에서 무죄판결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한다.

아무리 언론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기구라 해도 이렇게무례를 범해도 되는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무례한 서한을 뻔뻔스럽게 게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오로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국가와 민족은 혼자서 다 지키고 있는 것처럼 자부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로서는 더욱 믿기 어렵다.

프리츠 총장은 검사들이 거액의 청구를 한데 대해 “설혹 실제 피해가 있었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며 이것은 “21세기 새로운 형태의 언론검열”이라고 주장한다.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피해가 있었다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얼마를 요구하건 그것은 청구인의 권리다.단순히 거액을청구했다고 해서 무조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될 수는 없다.궁극적으로 액수는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다.물론 과다한 배상청구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는 있다.특히 중소 언론사에는 더욱 그렇다.그러나 이 잣대를 이번 사건에 대입시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가 않다.

언론 보도로 정신적 피해를 당한 사람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일상적인 일이다.조선일보는 문제의 사설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않는다고 자신하면 상급법원에 가서 무죄를 주장하면 될 일이다.그리고 법원의 최종판결에 승복해야 한다.시민단체에는 법을 지키라 하고 자신은 어겨도 된다는 논리는 궤변이다.IPI에 왜곡된 정보를 주어서 서한을 받아내는 ‘사대주의적 발상’도 사라져야 한다.

김동민 한일장신대교수 신문방송학
2000-02-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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