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무희는 경기·향기로 구성…국가행사땐 진찬소 통합 운영

조선무희는 경기·향기로 구성…국가행사땐 진찬소 통합 운영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2000-02-11 00:00
수정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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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물’이나 ‘왕과 비’같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TV사극을 보면종종 왕과 신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희(呈才女伶)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나온다.그런데 적어도 공식적인 궁중연회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고예술사학자들은 지적한다.

궁중의 연회는 크게 임금과 신하를 위한 외연과 왕대비와 왕비·내외명부를위한 내연으로 나누어진다.그런데 외연의 정재(춤)는 모두 남성출연진(舞童),내연의 정재는 모두 여성(女妓)들에 의해 공연됐다는 것이다.

궁중연회에 출연한 예술가들은 요즘말로 하면 국립예술단의 단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그렇다면 국립예술단의 여성단원,특히 무용수들은 누구이고,어떻게 충당했을까.

송방송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전 국립국악원장)의 ‘조선후기선상기(選上妓)의 사회제도사적 접근’이라는 논문은 바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이 글은 송교수가 최근 펴낸 ‘한국음악사논총’(민속원)에 실렸다.

논문은 순조가 마흔살 되던 기축년(1829년) 한해 동안 궁중에서 열린 각종잔치를 기록한 ‘진찬의궤(進饌儀軌)’를 바탕으로 한다.의궤란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후세에 참고할 수 있도록 경과나 경비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자세히 적은 책이다.

송교수에 따르면 무희들은 경기(京妓)와 향기(鄕妓)로 구성됐다.경기는 내의원과 혜민서의 의녀(醫女)와 상의원의 침선비(針線婢) 가운데서 뽑았고,지방관아 소속의 향기는 각 도에서 선발했다.각 도에 배정된 향기의 숫자는 지방수령들이 자의적으로 선발하여 채워졌다.그러나 처용무 등 특수한 레퍼토리에 출연할 기생은 궁중잔치를 위한 임시관청인 진찬소(進饌所)가 직접지명하여 관찰사에게 지시했다고 한다.이들이 바로 선상기다.글자 그대로 ‘골라서 뽑아 올린’ 기생이다.이런 전통은 영조(1725∼1775) 때 생긴 뒤 조선 말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평상시에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각각 소규모의 예술단을 유지하다,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는 통합하여 운영하는 제도인 셈이다.

국가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서는,지금 그대로 받아들여도 손색이 없는훌륭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궁중정재에출연한 여령들은 또 임금으로 부터 후한 상을 받았다.경기에 한했다고는 하지만 천인에서 해방되기도 했고,포목이나 비단을 받기도 했다.면천(免賤)의 혜택은 음악을 맡은 중앙행정기관인 장악원(掌樂院)의 악공과 악사들에게도 주어졌다.면천의 혜택이 비록 드물게 베풀어졌다고는 해도 조선이 완고한 신분사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에 소속된 예술가들에 대한 대접도 요즘 보다 오히려 좋았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동철기자 dcsuh@
2000-02-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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