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신춘의 축제를 위하여

[굄돌] 신춘의 축제를 위하여

이성희 기자 기자
입력 2000-01-27 00:00
수정 200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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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2000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품집을 펴냈다.몇 년 전부터 내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해오던 일이다.당선 작가를 확인하고,게재 허락을 얻고,작품을 구해 입력하고 교정보고 필름 뽑아 다시 교정보고 인쇄소에 넘기는등등의 숨가쁜 과정을 거쳐,마침내 1월 중순경 이제 출발선상에 선 젊은 작가들의 청신한 얼굴 뜨거운 입김으로 아름다운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인쇄소에서 막 배달돼 오븐에서 지금 꺼낸 빵처럼 뜨끈뜨끈한 책을 손으로쓰다듬으며 이 젊은 작가들의 앞날을 생각한다.이 가운데 문단 중심에 진입하여 한국문학의 새 길을 여는 신진기예로 주목받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이들 중 과연 몇 작가가 5년 10년 후에도 지금 이 순간의 순수함과 열정을 잃지 않고 자신의 문학에 순사(殉死)하고자 하는 정신을 견지하고 있을 것인가?그들은 그들의 젊은 재능을 노리는 손길들이 환락가의 밤 불빛처럼 빛나고있는 유혹의 거리를 지나야만 한다.또 그들은 한국의 소설사 전체와 겨루어새 문학을 일구는 힘든 싸움의 전장을 낮은 포복으로 쉬지 않고나아가야만한다.그들은 또한 우리 문단을 지배하고 있는 연줄로 얽힌 권력의 그물망과도 싸워야 한다.고향의 뒷동산 오솔길을 거니는 것과 같은 편하고 쉬운 길은 어디에도 없다.비약도 있을 수 없다.

이 아름다운 정신의 젊은 작가들은 자신과도 싸워야만 한다.이제 곧 그들을덮쳐올 주저앉고 싶고,타협하고 싶고,때로는 옆길로 벗어나고 싶은 내부의유혹과 싸워 견뎌야만 한다.

나는 이 푸르디푸른 젊은 정신들에게 정지용 시인의 시인론을 선사하여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고자 한다.

“시인은 정정한 거송(巨松)이어도 좋다.그 위에 한 마리 맹금(猛禽)이어도좋다.굽어보고 고만(高慢)하라.”그렇게 나아가,여기 모인 모든 작가가 한국문학을 이끄는 큰 문학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성희 도서출판 프레스21 대표
2000-01-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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