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불가마 찜질방과 가산점 시비

[대한시론] 불가마 찜질방과 가산점 시비

강태희 기자 기자
입력 2000-01-22 00:00
수정 2000-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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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최초로 자신의 ‘성’을 사회적인 금기와 더불어 확인하는 곳은 공중화장실이라고 한다.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이절대 허물 수 없는 벽으로 통제되고 있는 곳이다.해서 문명한 어느 나라를막론하고 이 공간은 차별화된 언어 또는 이미지 기호로 구분돼있고 그를 해독하고 복종하는 일은 사회구성원의 자격을 갖추는 첫 걸음에 해당한다.

온당한 시민이라면 이를 어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집단에서 ‘왕따’당하지 않으려면 순순히 따라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규약인 것이다.때문에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이미지로 그려진 성별표시를 파악하기가 어려워 당황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화장실과 비슷한 금기영역으로 대중목욕탕이 있는데 이것은 문화에 따라 화장실만큼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은 듯하다.그러나 엄격한 성별사회인우리나라에서는 ‘혼탕’이란 상상도 할 수가 없는 일이므로 많은 사람들이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성의 목욕탕에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채생을 마친다.그래서 ‘때밀이’라는신종직업이 등장했을 때 그것이 여탕과남탕 모두에 있다는 점이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물론 놀라는 이유는 서로 같지 않았다.여성들은 남성들도 자신들과마찬가지로 ‘열렬히’ 때를 민다는 사실이 놀랍고,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이나태하게 누워서 남에게 때를 밀린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던 것이다.이것은 남성은 대체적으로 청결에 무관심한 편이고 여성은 매사에 부지런하여 노동친화적이라는 고정관념의 소산이며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부족한 탓으로 누적된 오해이다.어쨌거나 이 ‘때밀이’의 존재에 대한 편견은 과거와는 세상이 많이 달라진 현 시점에서도 과연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또한 우리가 사회관습이나 인식부족으로 백해무익한 벽을 쌓고 있지나 않은지 곰곰 생각해보게 만든다.

근자에 동네의 명소로 앞다투어 생기는 것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는 ‘불가마 찜질방’이다.사우나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면 이것은 주로 여성들이나주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전자와 달리 옷을 벗지않고 건식(乾式)목욕을 하는점에서 차이가 있다.그러나 밤에는 퇴근길의 남성들이 몰려들어 성시를이룬다 하며 또한 이곳에서 만만찮은 ‘성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주목할 만한 현상이다.옷을 벗지 않으니 남녀 구분이 없는 것이 당연하달지모르지만 그래도 속옷차림에 가까운 상태로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옹기종기 드러눕거나 앉아있는 모습들은 처음에는 상당히 충격적인 것으로 다가온다.그러나 일차적인 놀라움 뒤에 점차 익숙해지면 성별에 관한 사회적인 금기가 절대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것이기보다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익숙해져온 인습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더 나아가 이곳의 또 하나의 진풍경은 상당히 ‘여성화’된 남성들의 이미지이다.가정이 아닌 엄연한 사회 공간인 이곳에서 목에 힘을 뺀 채 낮게 허물어진 그들의 모습을 보면 여기서는 굳이 성 구분을 하는 일이 불필요하고또한 불가능하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인 것이다.다시 말해 이 공간에서는 통상적인 사회적인 성 역할이 포기되고 성의 차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해서 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불가마는 여성들에게는 고정관념을 깨고 남성의 또 다른 면을 접할 수 있는 드문 체험의 장이 되는 것이다(우리동네 찜질방의정식명칭은 불가마 체험장이다).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최근에 사회적인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군필자 가산점제도 문제가 있다.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전에 TV에서는 이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진행하면서 ARS를 통해 시청자의 찬반의견을 물었다.결과는 가산점 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순식간에 그 반대보다 열배 가까운 비율로 불어났는데 짐작컨대 이들은 대부분 남성들이었을 것이다.사안의 시시비비를 떠나서 그들은 불이 나도록 전화번화를 눌러댐으로써 헌재의 결정까지도 번복하겠다는 결의를 과시한 사람들이다.이런공격적인 태도는 불가마 앞에서의 순치된 남성들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모처럼의 불가마 체험의 교훈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강태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2000-01-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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