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새 천년 정치안정과 지속성장

[대한시론] 새 천년 정치안정과 지속성장

황태연 기자 기자
입력 1999-12-31 00:00
수정 199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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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야만,이성과 폭력이 뒤섞인 파란만장한 20세기가 저물고 바야흐로내일이면 희망과 불투명성이 교차하는 새 천년을 맞는다.요란한 새 천년 기념식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지금 미증유의 정보혁명,급진전되는 지식기반 산업화,시장과 무역의 초국가적 확장을 배경으로 급속한 세계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세계는 실시간대(實時間代)로 연결되는 단일한 의사소통공동체가 되었다.

한국은 세계화의 소용돌이와 세계적 경쟁을 뚫고 새 천년의 첫 3년에 지식기반사회의 기초를 닦아 2003년부터는 세계일류국가를 향해 도약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새 천년 첫 3년은 사람에 비유하면 고3 때와 같은 중차대한 시기이다.우리가 첫 3년에 지식기반사회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성공하면 향후 100년동안 세계일류국가의 지위를 누릴 것이고,실패하면 21세기도 다시 고난의세월이 될 것이다.

새 천년은 인류에게 새로운 자유와 번영을 예고하는 꿈의 시대이자 국제적불평등과 무질서의 위험을 안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이기도 하다.새 천년에는 인권,민주주의,평화,국제협력 등 세계주의적 보편가치가 힘을 얻는 한편,무한경쟁과 냉혹한 능력주의가 맹위를 떨친다.우리는 새 천년의 잠재력을 극대 활용하고 새 천년의 위험을 극소화하여 민족사적 대업을 이룩하여야 한다.

지난 1년 10개월동안 우리는 혼신의 노력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회복의 기조를 창출하는데 성공했다.4강외교,동아시아 지역협력 외교,APEC,ASEM 등 지역간 협력외교도 성공적이었다.대북포용정책도 북한이 ‘햇빛’이니‘포용’이니 하는 단어를 두고 시비를 걸고 있지만 점차 ‘서로 포용하고서로 햇빛을 쏘는’ 단계로 발전할 토대가 놓였다.다만 정치가 국민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50년만의 정권교체로 탄생한 ‘국민의 정부’는 통치경험이 없는 상태에서출발하여 이제 경제,외교,대북관계 등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자신감을 갖추었다.그러나 정부의 중책을 맡은 인물들의 빈발한 실수,과오,실언은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이 점에서는 ‘국민의 정부’가 역시 초보정권임을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정권교체를 처음 경험한 국민과 언론이집권층의 이런 실수와실언들을 좀더 큰 틀에서 판단하지 못하고 이를 호재삼아 정권을 흔들어댄것을 보면 국민과 언론도 ‘초보국민’,‘초보언론’임이 틀림없다.

1969년 51년만에 정권을 잡은 뒤 권력의 심장부에 간첩을 임용한 실수로 수상이 갈린 독일 사민당 정권,1996년 71년만에 정권교체를 달성한 후 크고 작은 실책과 부정부패로 2년만에 수상이 갈린 이탈리아 프로디 정권과 비교하면 소수정권이면서 초보정권인 ‘국민의 정부’의 정치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기 때문이다.

정치불안과 정치불신의 근본원인은 정부인사들의 실수에 있다기 보다는 여야 간의 비생산적 정쟁이다.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개혁법안들이 통과되지못하거나 개악되었는가! 새 천년에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특히 새 천년의 첫 3년에는 정치화합,정치안정이 백년대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첫 3년의 정치안정만이 경제의 지속성장을 보장한다.이를 부인하고 시비하는 것보다 더 정략적인 언행도 없을 것이다.

‘안정 속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소수정권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이 점에서 새 천년의 16대 총선은 민족사적 의미를 갖는중요한 선거이다.총선에서 ‘안정 속의 지속성장’이냐 아니면 정치불안이경제를 주저앉힐 것이냐가 갈릴 것이다.이번 총선은 ‘식물국회’에 이어 ‘식물정부’,‘식물대통령’을 탄생시키느냐,아니면 개혁과 경제발전을 주도할 강력한 정부를 탄생시키느냐를 결정한다.이것은 다시 국민이 ‘실패한 옷로비’같은 실체없는 사건이나 실언·실책들에 더 비중을 두느냐,아니면 국민이 정권의 경제공약,외교공약,대북정책의 실행 실적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黃台淵 동국대교수·정치학
1999-12-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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