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론] ‘포기한 로비’

[특별시론] ‘포기한 로비’

장윤환 기자 기자
입력 1999-12-22 00:00
수정 1999-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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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가 발표됐다.지난해 10월 당시 거액의 외화도피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려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등 실세 고위공직자 부인들에게 고급 의상을 뇌물로 로비를 시도하다가 12월 중순 남편이 구속될 것이확실해지자 로비를 ‘포기’하고,김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연씨의 고급 옷 구입 사실과 ‘옷값 대납 요구’ 등을 의도적으로 유포시켰다는 것이다.

연씨는 이형자씨가 로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라스포사 정일순(鄭日順)씨나 배정숙(裵貞淑)씨중 누군가가 옷값을 대신 내줄 줄 알고 호피무늬반코트틀 가져갔다가 말썽이 일자 되돌려주었다는 것이다.

검찰 ‘발빠른 수사’ 기대한다한마디로 이번 사건은 ‘실패한 로비’사건이 아니라 ‘포기한 로비’사건인데도 사직동팀과 검찰이 내사와 수사를 잘못해 사건의 본질이 축소·변질됐다는 결론이다.이 사건을 재수사중인 검찰은특검팀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연정희·배정숙·정일순씨 등의 국회청문회 ‘위증’부분에 대해서도 당연히 수사를 시작했다.검찰은 또 특검팀이 의문을 남긴 밍크코트 다섯벌의 행방도 조속히 밝혀내야 한다.벌써부터 한나라당은 이 부분을 붙잡고 늘어지며옷로비 특별검사의 수사기한 연장을 들먹이고 언론도 ‘꼬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검찰의 발빠른 수사가 요청되는 이유다.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정도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느낌이다.물론 일반 서민들이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고통을 받고 있는 마당에 고위공직자 부인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며 고급 의상실을 들락거린행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그리고 국회 청문회에서도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 것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포기한 로비’에 불과한 이 사건이 과연 몇 달씩이나 대서특필할 만한 것인가.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대해 언론이 집중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언론이 의도적으로 선정적인 보도를 통해 불필요하게호기심을 부풀린 다음 다시 이를 증폭시켜 보도하는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정주의 속셈은 ‘반개혁 음모’더욱 큰 문제는 선정주의 속에 숨겨져 있는 언론의 ‘불순한 의도’다.우리언론은 누가 뭐래도 이미 기득권층이다.개혁은 일단 기득권의 축소를 의미한다.그래서 언론은 어떠한 개혁에 대해서도 적대적이다.그리고 개혁 저지의돌파구를 정권의 도덕성에서 찾는다.장관 부인들이 옷로비 의혹에 걸려들었으니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호재가 또 있겠는가.언론이 옷로비 사건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바로 개혁을 가로막자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그러나 국민들도 언론의 반개혁 음모를 알아차리고이제는 옷로비 사건에 짜증을 내고 있다.언론이 진정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을 열망한다면,‘소모적인’ 폭로나 선정주의를 지양하고 ‘생산적인 의제’를 설정해서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반개혁 음모’로 더이상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자.

張潤煥 논설고문 yhc@
1999-12-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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