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리영희교수 ‘동굴속의 독백’ 출간

논객 리영희교수 ‘동굴속의 독백’ 출간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1999-12-20 00:00
수정 1999-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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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분단을 넘어서’ 등의 저자이자 이시대의 대표적 논객으로 불리는 리영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가 20세기의 끝자락에서 맞은 고희기념으로 글모음집을 출간했다.이번에 펴낸 책은 그동안 리 교수가 발표한 글 가운데서 개인사,칼럼,에세이,수상 등 다분히 인각적 면모와 사상을 엿볼수 있는 글들을 모은 ‘선집’형태다.‘동굴속의 독백’(나남출판)이라는 책 제목과 관련,저자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동굴속에 들어가 외쳤던 이솝이야기의 이발사가 한 행동과 나 자신의 글을 대비하기 위해 붙인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총6부로 구성돼 있다.제1부 ‘자유인의 단상’에서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스핑크스는 코가 없다’등 70년대 이후 저자가 각종 신문에 발표했던 대표적 칼럼을 모은 것이다. 제2부 ‘삶과 사유의 뒤안길’은 저자가 30년 집필생활의 회상,가족사,젊은시절의 경험담 등을 기록한 내용이며 제3부 ‘전장과 인간’은 고교 영어교사 시절 터진 6·25와 7년에 걸친 자신의 군생활·일화들을 소설처럼 풀어놓은 글들이다.

1∼3부의 글들은 비교적 ‘부드럽고, 가볍고, 일상적인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번 책 출간을 숙의한 후배들의 견해에 따르면, 리영희라는 이름은 ‘경성 인간’이라는 것이다. 열 몇 권의 저서나, 파란많은 사회적 행적이나… 그래서 리영희라는 지식인이 결코 그런 면만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것도 ‘고희’라는 통과의례의 의미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며 자신도 이 점에 대해 수긍이 간다고 털어놨다.

반면 4∼6부의 글들은 여전히 종래 리 교수의 본색을 담은 글들이다.제4부‘난세의 지식인들에게’는 시대의 전환기 때마다 지조를 헌신짝처럼 내던져온 지식인과 언론인들을 향한 리 교수 특유의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지식인의 기회주의’‘언론인들은 권력자들의 창녀가 아닐텐데?’등등.제5부 ‘탱크를 녹여서 보습을’은 이 책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그만큼 저자가 무게를 둔 분야라고 할수도 있다.저자 역시 월남민으로서 몸소 체험한 이산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본문 앞에 ‘나의 고향 삭주 대관’을 실은 것이나,금년 9월에 출간된 ‘반세기의 신화’에실렸던 ‘못다 이룬 귀향’을 다시 실은 것은 모두 이런 뜻에서일 것이다.

이밖에 남북관계·통일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교정을 촉구하는 글도 몇편 실려있다. 마지막 제6부 ‘거짓에 가려진 진실을 찾아서’는 한미관계,한일관계 등 한반도 주변정세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담고 있다.

후배·후학들에 떠밀려 고희기념으로 이 책을 출간한 리 교수는 “이런 뜨거운 정의 후학들이 있다는 사실이 바로 지난 세월의 나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자위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근 연세대 대학원생·교수들은 20세기 인문사회과학에 가장 영향을 끼친국내학자로 리 교수를,해외학자로는 프로이트를 꼽은 바 있다.그동안 리 교수의 책을 출간해온 출판사 7곳이 중심이 돼 이 책의 출판기념 축하모임을마련한 것도 출판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정운현기자 jwh59@
1999-12-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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