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비평] 정치개혁과 언론

[매체비평] 정치개혁과 언론

장호순 기자 기자
입력 1999-12-08 00:00
수정 1999-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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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정치는 언론없이 불가능하다.국민들은 언론을 통해 정치인을 접하고 평가한 후 선거를 통해 선택한다. 정치인들도 언론을 통해야 많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따라서 언론의 정치적 기능은 정치인들과 국민을 연결해주는 중개인 역할이다.시민사회가 “언론의 자유”를보장한 주된 이유도 언론이 정치적 중개인 역할을 효율적으로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그러나 언론이 정직하게 정치인과 국민들을 연결해 주지 않고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면 민주정치는 위기를 맞게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지역언론이 억압받아온 우리나라는 서너개의 중앙언론이 정치적 중개인 역할을 독점하고 있다.따라서 정치인 대부분은 자신의출신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그리고 국민 역시 자신이 뽑은 정치인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기위해,소수의 중앙언론에 의존할 수 밖에없다.정치인과 유권자의 숫자에 비해 정치 언론의 숫자가 적다보니 중개인에불과한 언론이 주인보다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횡포를 부린다.

문제는 누구도 그들의 횡포를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중개업을 하든, 조그만 음식점을 차리든, 미장원을 경영하든 간에 일정한 자격증을 갖추도록 요구한다.그런 자격증을 받기 위해 해당분야의 전문교육 뿐만 아니라 최소한 교양교육과 직업 윤리교육도 받아야 한다.그런데 언론인과언론기업에게는 아무런 자격증도,최소한의 직업 윤리교육도 요구할 수 없다.

그랬다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짓밟는 민주주의의 적으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언론인 중 일부는 국민과 정치인을 연결하는 중개인이 되기를 포기하고,정치인과 정치인 사이를 오가는 뚜쟁이로 은밀히 전업을했다. 그리고 갖가지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그들은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인을 감시하고, 합리적인 정책이 집행되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는 관심이 없다.따라서 그들의 정치기사는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문제는 피하고 눈치로 때려잡거나 몸으로때워서 알수 있는 문제에 매달린다.의혹폭로,여야갈등,당권 경쟁 등 쓰기 쉬우면서도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기사들로 정치면이 메워진다.

국민들에게 정치판은 의원들의 권력암투의 현장,의혹 폭로의 경연장으로 비춰지고, 정치혐오증이 만연해 진다.정작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할 중요한 국가적 문제들은 정치에서 외면당한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들과 정치인들을 연결하는 중개인 역할을 언론이 제대로 발휘하지 않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결국 언론이 바뀌지 않고서는 정치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진정한 민주 정치가실현되려면 무책임한 언론 중개인에 의지하지 않고도 정치인들과 유권자들간에 원활히 정보와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정치뉴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단체의 활성화, 정보화 사회의 정착, 소규모 지역언론의 육성 등이 바로그것이다. 거대 중앙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유권자들이 정치인에 대한 정보를입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땅에 진정한 정치개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1999-12-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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