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첸사태 국제사회 나서야

[사설] 체첸사태 국제사회 나서야

입력 1999-12-08 00:00
수정 1999-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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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회교게릴라 소탕을 명분으로 3개월 이상 체첸공화국을 공격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수도 그로즈니 주민들에게오는 11일까지 도시를 떠나지 않으면 모두 사살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3개월 이상 계속된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이미 수천명이 사망하고 30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체첸사태는 이제 더이상 러시아의 국내문제로외면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며 사태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불가피한 단계라고 본다.

전투기와 탱크를 앞세우고 체첸의 주요 도시들을 거의 장악한 러시아군은수도 그로즈니에 대한 마지막 공격에 나서고 있다.그로즈니의 2㎞ 외곽을 완전 포위한 채 봉쇄작전을 펴고 있는 러시아군은 최종시한을 넘겨 그로즈니에남는 주민들을 모두 ‘테러리스트나 반군’으로 보아 무차별 공습이나 포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현재 그로즈니 시내에는 피난도 제대로 갈 수 없는 노약자들이 대부분인 4만∼5만명의 주민들이 식량부족으로 기아상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누구나 쉽게짐작할 수 있다.체첸사태가 비록 러시아의 주장대로 국내문제라 할지라도 러시아의 그로즈니 공격을 그대로 묵인할 경우 국제사회는 또하나의 비인도적인 참극을 방관했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러시아의 최후통첩을 저지하기 위해 나선 것은 당연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노약자와 부상자 등 그로즈니를 떠날 수 없는 민간인들에 대한 협박’이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도 최후 통첩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란 등 50개 회교국들로 구성된 회교회의기구(OIC)도 체첸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단순한 경고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공격을즉각 중단시키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체첸사태가 체첸의 오랜 독립운동에서 비롯됐든,러시아의 복잡한 정치상황때문이든,그 원인은 지금 단계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코소보사태에버금가는 인류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은 막아야 하며 그것이 국제사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국제평화를 유지하고 러시아와 서방간의 재대결을 미리 막기 위해서도 체첸사태 해결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1999-12-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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