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정의 부천 필 ‘말러 대장정’ 출사표

임헌정의 부천 필 ‘말러 대장정’ 출사표

입력 1999-11-09 00:00
수정 199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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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정(48·서울대교수)이 지휘하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구스타프말러(1860∼1911)의 교향곡 전곡연주에 도전한다.오는 27일부터 2002년 11월29일까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10차례 연주회에서 10곡을 모두섭렵한다.말러는 유태인으로 보헤미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활동하며 독자적 음악세계를 구축한 작곡가.자신이 토로했듯 “오스트리아인에게는 보헤미아인,독일인에게는 오스트리아인,세계속에서는 유태인”이라는 소외감속에,지성을 바탕으로 사랑과 구원,부활을 노래하고,나아가 대우주를 형상화하려는 의지를 교향곡에 담았다.

말러는 그 스케일과 깊이 만큼이나 동양인들에게는 서양음악 컴플렉스를 분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작곡가다.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60∼70년대 ‘말러 붐’이 일었다.한국에도 말러 팬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사실 서양 고전음악을 듣기 시작하여 웬만큼 ‘경력’을 쌓다보면 큰 봉우리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많은 사람에게 말러는 그렇게 처음 다가온다.말러의 음악이 귀에 처음으로 제대로 들렸을 때 희열은 크다.그러다 보면 모차르트나 베토벤에 ‘머물고’ 있는 ‘초보자’들을 내려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말러 붐’이란 이처럼 음악적 개발도상국에만 있는 일종의 속물근성에 얼마간 근원을 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속물취향 조차 아직은 세력화하지 못한 것 같다.지금도 말러 연주는 일종의 ‘문화운동’에 가깝다.그런 점에서 임헌정과 예술의 전당의 결단은 하나의 전환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어쩌면 부천필이 말러 전곡연주에 나서는 것은 무리한 일인지도 모른다.부천시민의 상당수는 자신들이 낸 세금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을,그것도 서울에 가서 연주하는데 쓰여진다는 사실이 곤혹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향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그들은 이런 일을 당분간 하지 못할 것이다.장기기획을 할만큼 지휘자 지위에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다.부천필이 기초자치단체 소속 교향악단 답지않게 그동안 여러가지 기획연주를 한 것도 10여년 동안 상임지휘자 임헌정의 지위에 흔들림이 없었던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지휘자의 안정적인 수급이 교향악의 발전 혹은 퇴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의 전당이 이 연주회를 열기로 한 것도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첫 연주회는 성공을 거두겠지만,당장 두번째부터 관객동원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크다.청중없이 연주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더 이상의 야심찬 기획연주는 어려워진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내년 8월 연주 때 세계적인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를 독창자로 초청키로 하는 등 관객동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임헌정은 “말러의 교향곡은 대단한 기획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한국 교향악단에는 쌓여진 레퍼토리가 아니어서 연습에 오랜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면서 “모든 곡을 초연한다는 기분으로 만족스러울 때 까지 연습하여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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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일하는 의회, 정책으로 승부할 것”

서동철기자 dcsuh@
1999-11-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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