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공공기금 ‘고무줄 집행’

32개 공공기금 ‘고무줄 집행’

입력 1999-11-01 00:00
수정 1999-11-0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올해 32개 공공기금 운용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5조원 가까이 증액 집행돼여전히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10월까지 올해 32개 공공기금의 운용 규모는 당초 99조5,789억원에서 104조4,163억원으로 4조8,374억원이 늘었다.

군인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설치된 군인복지기금은 대표적인 방만운용 사례다.운용 규모가 당초 2,312억원에서 3,337억원으로 44%나 증액됐다.PX 면세물품 판매 수입과 골프장,휴양소 등 복지·체육시설 운영 수입이 늘어난 게가장 큰 요인이다.또 올해 정부예산에서 군인 자녀 학자금 대부사업 명목으로 225억원을 지원받았다.기금의 콘도회원권 매입액을 당초 5억원에서 56억원으로 10배 이상 늘려 집행하기도 했다.

정보화촉진기금은 정보화 공공근로사업을 위해 예산에서 2,000여억원을 지원받아 운용 규모가 당초 1조6,903억원에서 1조8,934억원으로 늘었다.공공근로사업 예산은 행정자치부가 집행하고 있어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기금이 집행 과정에서 고무줄처럼 늘어난 것은 예산과는 달리 국회 심의를받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그나마 공공기금은 국회에 운용 계획을 보고하지만 기타 기금은 주무 부처장의 승인만으로 지출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기금이 ‘부처의 뒷주머니’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율 유지를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이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올 광복절경축사에서 밝힌 경제대책의 후속 조치로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국민주택기금의 융자 지원이 대폭 늘어나는 등 경제난 때문에 기금 규모가증액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기금이 적자 폭이 확대돼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는데도 자산운용 수익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금은 예산의 예외적인 제도로 특정 분야의 사업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자금 지원이 필요하거나 탄력적인 집행이 필요할 때 설치된다.그러나 칸막이식 운용에다가 세입·세출 예산과의 분리로 운용 상황을 검증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내년 32개 기금의 전체 운용 규모는 올해보다 11조2,000억원(10.7%)이 증가한 115조6,000억원으로 계획돼 있다.

손성진기자 sonsj@
1999-11-01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