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코리아게이트’의 교훈

‘76년 코리아게이트’의 교훈

임병선 기자 기자
입력 1999-10-27 00:00
수정 1999-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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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간첩혐의로 미 당국에 체포된 로버트 김이 우리 정부에 서한을 보내 구명운동을 호소하고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진상이 새롭게 밝혀짐에 따라 한미관계의 원칙을 재정립하자는 의견들이 많다.

MBC-TV는 31일 밤11시30분 방영되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박동선과 코리아게이트’(김윤영 기획 박노업 PD)를 통해 한미관계를 막연한 혈맹에서 냉엄한 국가이익의 충돌로 바라보게 한 이 사건의 의미를 톺아본다.

지난 76년 10월 워싱턴포스트지는 한국 정부의 대리인이 미의원 1인당 75만∼95만달러에 이르는 뇌물을 주고 불법로비를 했다고 폭로했고 이에따라 미의회와 법무부 등 5개 기관이 조사에 착수했다.로비스트 박씨를 증언대에 세우는 문제로 양국은 심각한 외교적 마찰을 빚었고 박씨와 김동조 전 주미대사를 청문회에 세우는 조건으로 기소면책을 받았다.

제작진은 도미니카 별장에 머물고 있는 박씨를 5시간 넘게 인터뷰했다.여지껏 박씨의 단편적인 폭로는 많이 있었지만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처음이다.

제작진의 결론은장기집권 욕심에 사로잡힌 박정희 정권이 정상적인 외교루트를 배제한 채 중앙정보부와 연계,박씨 등을 내세워 불법로비를 벌인데 비극의 씨앗이 있다는 것이다.김 전대사와 주미공보관장으로 일하다 미국에 망명한 이재현 웨스턴일리노이대학 교수의 증언도 맥을 같이 한다.

박씨는 중정,나아가 청와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그는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중정 요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자문하는 정도의 관계였다“고주장했지만 여러 정황과 문서들을 종합할 때 그 이상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다.

박 전대통령과도 수시로 만날 수 있다고 큰소리 친 것이 허풍만은 아니라는것.

박PD는 무엇보다 “정권의 음모에 공식외교가 실종됐던 단면을 직시,올바른한미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외교무대에서 소외돼 있을 것이란 짐작과 달리 조지타운클럽을중심으로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었고 최근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친분을 활용,하남환경박람회에 유력인사들을 초빙하는 데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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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기자 bsnim@
1999-10-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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