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우 자기꾀에 벼랑끝 몰렸다

삼성·대우 자기꾀에 벼랑끝 몰렸다

김환용 기자 기자
입력 1999-08-13 00:00
수정 1999-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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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대우의 ‘반짝 아이디어’는 결국 자충수(自充手)였나.

삼성과 대우가 정부의 고강도 개혁드라이브에 벼랑 끝까지 몰렸다.삼성생명주식을 사재출연하거나 대우증권을 팔되 매각시한은 못박지 말자는 등 각기위기탈출용 카드로 맞섰다가 오히려 발목이 잡혔다.

자충수 둔 삼성 삼성은 이건희(李健熙)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출연,‘삼성차 악몽’을 떨어버리고 삼성생명을 상장함으로써 막대한 자본이득도 얻을 심산이었다.

그러나 대전제로 삼았던 삼성생명 상장이 꼬여 전략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삼성이 지난 6월 30일 이 회장의 사재출연 계획을 발표하자 여론은 삼성생명 상장쪽으로 옮아갔다.“상장에 따른 자본이득은 주주뿐 아니라 계약자에게도 배분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정부는 ‘상장 유보’쪽으로 떼밀렸다.결국 삼성생명이 상장돼도 자본이득의 일부를 계약자에게도 분배해야해 주당가격은 당초 추정가인 70만원이 되기 어렵게 됐다.

이러자 ‘2조8,000억원 상당의 사재(삼성생명 400만주)’란 발표문구도 골칫거리가됐다.채권단은 “주식 가격이 2조8,000억원에 못미칠 경우,보전하겠다는 각서를 내라”고 삼성에 요구했다.삼성은 모처의 압력으로 금액을 명시했다고 호소하지만 각서를 거부하면 꼼짝없이 ‘거짓말쟁이’란 오명을 쓰게 될 처지가 됐다.삼성답지 않게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오판한데다 사후대책도 너무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불신으로 화 부른 대우 대우도 대우증권 등 알짜 계열사에 대한 매각원칙에 합의하지만 매각시한을 명시하지 말자는 카드를 내밀었다.그러나 정부가12일 대우증권 및 ㈜대우 건설부문은 물론,대우중공업 기계부문까지 연내 매각방침을 못박자 당혹해 하고 있다.

대우가 궁지에 몰린 것은 대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때문이다.지난해 말부터 구조조정을 약속해놓고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동요도 정부의 의지를 확고하게 한 요인이다.해외채권단의 대우에 대한 불신이 국가신인도에 손상을 줄 정도의 위험수준으로 치달았다.

대우측은 정부방침에 어쩔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구조조정방안 확정일인 16일까지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애써 태연해하고 있다.한편으론 재벌해체라는 의도를 갖고 처리하려 한다며 불만이다.

삼성,대우 모두 ‘잔머리’를 굴리다 벼랑까지 몰린 형국이다.

김환용기자 dragonk@
1999-08-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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