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문화의 의미

[대한광장] 문화의 의미

박종순 기자 기자
입력 1999-07-24 00:00
수정 1999-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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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인간의 삶의 유산이며 자취다.그래서 하등동물 세계에는 문화가 없다.문화란 가치지향적이며 미래지향적일 때 그리고 건전한 삶을 지탱하고 이끄는 견인력을 지닐 때 문화로서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그래서 편의상 건강한 문화와 병든 문화,건전한 문화와 퇴폐문화로 구분하기도 한다.

도널드슨은 병든 문화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정책은 있지만 원칙이 없는 정치문화,쾌락은 있지만 양심이 없는 쾌락문화,풍요는 있으나 노동이 없는 풍요문화,지식은 있으나 인격이 없는 지식문화,산업은 있지만 도덕성이 없는 산업문화,과학은 있으나 인간성이 없는 과학문화,종교는 있으나희생이 없는 종교문화라고 했다.

그의 지론에 따른다면 문화란 정당한 균형과 조화가 전제돼야 하며 윤리적기조가 튼튼해야 하며 그런 것들이 내포되지 않은 문화란 결손문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병들고 부도덕한 문화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고 지금도 사회전반에 걸친 고사작업을 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전통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적 가치와구실을 하는 경우가 있다.그러나 모든 전통을 통틀어 문화라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이 집안에 새 정원을 꾸미며 겪었다는 이야기.정원에 있던 낡은나무며 잡초들을 들어내고 새 정원수와 화초들을 심고 있었다.그런데 새 나무를 심는 노임보다 낡고 썩은 고목나무를 자르고 그 뿌리를 뽑아 옮기는 노임이 더 비싸게 들었다는 것이다.뿌리 깊은 썩은 나무를 처치하기가 더 어려웠다는 얘기였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정치,양심 없는 쾌락,도덕성을 상실한 기업,인격 없는 지식,탈인간화로 치닫는 과학,그리고 희생 없는 종교란 뿌리 깊은 썩은나무에 불과하다.그런데 그런 것들이 문화의 탈을 쓴 채 우리 시대를 종횡하고 있다는 데 뜻 있는 사람들의 고뇌가 있는 것이다.

유행도 문화의 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그러나 분별 없는 유행이나 상업주의자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유행은 문화라기보다는 상술에 불과하다.저명한석학의 강연 강사료,밤새워 써낸 유명작가의 원고료,거기 비해 하룻밤 무대공연으로 천문학적 공연료를 챙긴 채 김포공항을 빠져나가는 이름 날린다는가수의 공연료, 그 차이는 얼마이며 무엇을 뜻하는가.

어디 그뿐인가.문화창달의 첨병임을 자처하는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대서특필에 생중계로 열을 올리는 현상을 문화로 보아야 하는가,아니면 장삿속으로 보아야 하는가.

문화란 그대로일 때 아름답다.그러나 문화가 포장되기 시작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변형하기 시작하면 순수문화는 퇴화하게 마련이다.

문화뿐인가.정치가 정략과 술수로 포장되고 지식이 치부와 성공의 수단으로전락한다면,종교가 쾌락과 안일의 도구로 타락한다면 거기엔 희망도 기대도걸 수가 없다.

슈바이처는 일찍이 밀림 속에서 20세기 황금문명의 조종(弔鐘)소리를 듣고있었다.새로운 천년을 눈앞에 둔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여기저기서 희망의 종소리가 들리는가,아니면 조종소리가 들리는가.

인간은 희망지향적이며 미래지향적 존재다.인간 자신이 부단히 희망을 갈망하고 지향한다면 얼마든지 희망의 밭을 일궈낼 수 있다.세계사는 정신문화가 물질문화를 지배했을 때 융성했고 반대로 물질문화가 정신문화를 지배했을때패망했음을 교훈하고 있다.

정신의 힘은 언제나 물질의 힘보다 크고 강하다.정신을 높이고 소중히 여기는 사회,정신개혁을 서두르는 사회 그리고 정신사의 기초 위에 나라를 세우고 삶의 집을 짓는 사회라야 소망이 있는 것이다.뿌리 깊은 썩은 나무일랑뽑아내고 우리 서로 새 나무를 심자.
1999-07-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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