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BS ‘왕과 비’ 마지막 녹화 탤런트 임동진

[인터뷰] KBS ‘왕과 비’ 마지막 녹화 탤런트 임동진

허남주 기자 기자
입력 1999-07-02 00:00
수정 1999-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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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이 죽었다.

어린 조카 단종으로부터 보위를 빼앗은 일은 야심가의 양심을 괴롭혔고,결국 ‘누워서 죽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 돼 인생을 마감했다.

KBS1‘왕과 비’에서 수양 역할을 맡았던 탤런트 임동진.마지막 녹화를 끝낸 그는 탈진한 듯 지쳐있었다.지난 석달간 얼굴과 손에 라텍스(고무풀의 일종)로 붙였던 부스럼딱지를 지우지도 않고 그는 ‘떠나는’ 수양을 아쉬워하는 듯했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인생사라고 하지만 역시 이별은 어려워요.수양을미화했다는 말도 있었으나 수양의 성격을 단순한 권력지향형 인간으로만 그려온 여태까지의 기록이 잘못됐다고 전 생각합니다” 악인이라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역을 맡은 연기자의 특권.임동진이 ‘도덕적 결함은 있지만 공이 많은 임금으로 음악도 좋아했고 눈물도 많은성격’이라고 수양의 역성을 든다고 누가 뭐랄까.그는 “죄 이전의 양심이피고름이 흐르는 피부병이 됐을 것”이라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오는 3일 방송분을 찍은 지난달 29일,임동진이 수양이 죽는 장면을 찍자동료들은 그를 위해 조촐한 잔치를 준비했다.“임동진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동료들은 이같은 칭찬과 감탄이 섞인 덕담을 한마디씩 아끼지 않았다.

첫 방송이 지난해 6월 3일이었으니 임동진은 1년이상 세조로 살았다.동료들은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인 ‘용의 눈물’의 후속작이라는 부담감도 컸고,역사왜곡 시비도 있었지만 여느 사극과는 확연히 다른 호흡의 대사는 연기경력 35년의 그에게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그래서 연출자 김종선PD는 “대사의 홍수 속에서도 실수하지 않는 무서운 연기자”라고 말하며 혼신의 연기가 시청률로 바로 연결되지 않은 것을 미안해하기도 했다.

사극은 툭하면 고증시비를 일으키고 제작의 어려움도 많다.더욱이 CF와 연결되지 않아 출연을 꺼리는 연기자도 늘고있는 상황이다.그러나 임동진은 “역사드라마에서 읽는 삶의 진실”의 귀중함을 강조한다.

허남주기자
1999-07-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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