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재벌금융 이대론 안된다(下)그룹 자금조달 ‘검은 창구’

[집중조명]재벌금융 이대론 안된다(下)그룹 자금조달 ‘검은 창구’

오승호 기자 기자
입력 1999-07-02 00:00
수정 1999-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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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재벌들은 계열 금융기관을 소속 그룹의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사(私)금고화하고 있다.투신·보험·증권사 등의 계열 금융기관을 동원해부당 내부거래를 일삼는가 하면 회사채 주식 등의 증권을 집중 매입토록 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금고화 실태 5대 재벌 비은행금융기관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투신사(수익증권)는 96년 3월 5.8%에서 지난 3월에는 31.6%로,증권사(예수금)는 32.8%에서 54.8%로,생보사(수입보험료)는 30.0%에서 36.4%로 각각 높아졌다.

특히 투신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5대 재벌의 시장점유율이 급증 추세다.투자신탁 규모는 97년 말 87조원에서 지난 5월 말에는 무려 162조원이 증가해249조원이나 됐다.5대 재벌 증권사의 수익증권 및 뮤추얼펀드 판매 비중은전체 40%를 웃돌고 있다.6∼30대 대기업의 부채 총액이 97년 말 136조원에서 지난해 말 132조4,000억원으로 3조6,000억원이 줄어든 반면 5대 재벌은 221조4,000억원에서 234조5,000억원으로 13조1,000억원이 늘어난 것도 5대 재벌의 비은행금융기관 사금고화 현상과 무관치 않다.

5대 재벌들은 계열 금융기관을 동원,다른 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사들이도록 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때 계열 금융기관을 주간사로 선정하는 등의방식으로 편법적인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 11개 계열사는 현대증권이 지난해 2∼3월에 발행한 후순위채 2,200억원어치를 전액 인수했다가 부당내부거래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삼성생명은 97년 4∼6월 옛 한일은행에 예치했던 특정금전신탁 200억원을 활용,3차례에 걸쳐 계열사인 삼성상용차가 발행한 6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고가로 사들였다가 적발됐다.

정책대안 한국개발연구원 금융팀 이동걸(李東傑)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비은행금융기관의 사외이사를 보강해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고,장기적으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한편 비은행금융기관의 계열분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투신·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재벌 동일계열에 대한 투자 및 여신한도를 대폭 낮춰야 하며,수탁 및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투신사와 보험사의 이사회에 독립적인 비상임이사를 과반수 이상 참여시키는 등금융기관 경영감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내부거래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의 강도를 높여 규제의 실효성을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승호기자 osh@
1999-07-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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