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대부 남성들은 규방 여성들 사이에 널리 읽히던 국문 장편가문소설을 즐겨 읽었다.그러나 국문소설의 지리번쇄(支離煩쇄)한 점이 늘 불만이었다.그들은 결국 자신들의 의도대로 소설을 손수 창작,규방 여성들로하여금 읽게 했다.김만중의 ‘사씨남정기’ 같은 작품이 그 대표적인 예다” 소장 국문학자인 정출헌교수(41·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가 최근 펴낸 ‘고전소설사의 구도와 시각’(소명출판)은 17세기 조선 사대부 남성과 규방소설의 관련 양상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사씨남정기’는 서포 김만중이 17세기 후반 국문으로 지은 뒤,그의 종손(從孫) 김춘택이 1709년 제주도 유배 때 한역한 고대소설.김춘택이 한문으로옮긴 ‘언번남정기(諺번南征記)’는 다시 국문으로 번역돼 여러 국문본이 전해진다.필사본과 방각본(경판본),구활자본 등을 포함,이본(異本)이 74종에이른다.문제는 판본에 상관없이 ‘사씨남정기’ 전편에 여성을 가문 안에 긴박하려 했던 남성중심적 사회관이 짙게 배어 있다는 사실이다.‘사씨남정기’에서 볼 수 있듯이,사대부 남성들이 규방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여성적인정감과 여성적 글쓰기 방식은 남성적인 정치의식과 남성적 글쓰기 방식으로바뀌었다.정교수는 이것을 남성주의적 글쓰기의 폭력,나아가 문화적 폭력이라고 규정한다.
이 책의 문제제기는 다분히 논쟁적인 성격을 띤다.또한 판소리계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형상을 폭넓게 살피고 있어 주목된다,판소리계 소설은 야담계단편소설·우화소설과 함께 조선후기 고전소설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특히 판소리계 소설은 봉건사회 해체기에 우리 고전소설이 이룩한 문학적 성취를 선명하게 보여준다.판소리 열두 마당 중 적잖은 작품에서 여성은 주인공 또는 그에 버금가는 몫을 담당한다.‘배비장타령’의 애랑,‘강릉매화타령’의 매화,‘춘향전’의 춘향을 비롯,‘변강쇠가’의 옹녀,‘장끼전’의까투리,‘게우사(무숙이타령)’의 의양과 무숙이 본처,‘옹고집전’의 옹고집 처,‘흥부전’의 흥부 처 등이 그런 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층신분의 여성,곧 중세 봉건사회에서의 신분적 질곡과성적차별이라는 중층적(重層的)인 모순의 담지자라는 점.이들이 문학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됐는가를 살피는 것은 판소리가 조선 후기 서민들의 동향에초점을 맞춰 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 만큼이나 흥미로운 논제다.
정교수는 판소리계 소설에서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남성 형상 대신 건강하고강인한 여성 형상이 부각된 것은 중세사회가 기울고 근대사회가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설화·지괴(志怪)·전기 등 나말여초 서사문학의 보고인 최치원의‘수이전’에서부터 17세기 후반 고전소설의 최고 걸작인 ‘구운몽’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한문소설들을 다룬다.고전소설사의 주류를 이루는 한문소설이 국문소설과 어떻게 교섭·길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풍부한 실증적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17세기 이후 다채롭게 분화·발전된 고전소설의 주요 작품들을 조선후기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읽어내려는 당대적 시각과 그것을 오늘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려는 현재적 시각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도평가할 만한 대목.그런 점에서이 책의 고전소설 독법(讀法)은 고전을 살아있는 고전으로 되살리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만하다.
김종면기자 jmkim@
‘사씨남정기’는 서포 김만중이 17세기 후반 국문으로 지은 뒤,그의 종손(從孫) 김춘택이 1709년 제주도 유배 때 한역한 고대소설.김춘택이 한문으로옮긴 ‘언번남정기(諺번南征記)’는 다시 국문으로 번역돼 여러 국문본이 전해진다.필사본과 방각본(경판본),구활자본 등을 포함,이본(異本)이 74종에이른다.문제는 판본에 상관없이 ‘사씨남정기’ 전편에 여성을 가문 안에 긴박하려 했던 남성중심적 사회관이 짙게 배어 있다는 사실이다.‘사씨남정기’에서 볼 수 있듯이,사대부 남성들이 규방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여성적인정감과 여성적 글쓰기 방식은 남성적인 정치의식과 남성적 글쓰기 방식으로바뀌었다.정교수는 이것을 남성주의적 글쓰기의 폭력,나아가 문화적 폭력이라고 규정한다.
이 책의 문제제기는 다분히 논쟁적인 성격을 띤다.또한 판소리계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형상을 폭넓게 살피고 있어 주목된다,판소리계 소설은 야담계단편소설·우화소설과 함께 조선후기 고전소설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특히 판소리계 소설은 봉건사회 해체기에 우리 고전소설이 이룩한 문학적 성취를 선명하게 보여준다.판소리 열두 마당 중 적잖은 작품에서 여성은 주인공 또는 그에 버금가는 몫을 담당한다.‘배비장타령’의 애랑,‘강릉매화타령’의 매화,‘춘향전’의 춘향을 비롯,‘변강쇠가’의 옹녀,‘장끼전’의까투리,‘게우사(무숙이타령)’의 의양과 무숙이 본처,‘옹고집전’의 옹고집 처,‘흥부전’의 흥부 처 등이 그런 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층신분의 여성,곧 중세 봉건사회에서의 신분적 질곡과성적차별이라는 중층적(重層的)인 모순의 담지자라는 점.이들이 문학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됐는가를 살피는 것은 판소리가 조선 후기 서민들의 동향에초점을 맞춰 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 만큼이나 흥미로운 논제다.
정교수는 판소리계 소설에서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남성 형상 대신 건강하고강인한 여성 형상이 부각된 것은 중세사회가 기울고 근대사회가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설화·지괴(志怪)·전기 등 나말여초 서사문학의 보고인 최치원의‘수이전’에서부터 17세기 후반 고전소설의 최고 걸작인 ‘구운몽’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한문소설들을 다룬다.고전소설사의 주류를 이루는 한문소설이 국문소설과 어떻게 교섭·길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풍부한 실증적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17세기 이후 다채롭게 분화·발전된 고전소설의 주요 작품들을 조선후기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읽어내려는 당대적 시각과 그것을 오늘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려는 현재적 시각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도평가할 만한 대목.그런 점에서이 책의 고전소설 독법(讀法)은 고전을 살아있는 고전으로 되살리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만하다.
김종면기자 jmkim@
1999-06-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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