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그,불’(김용옥 작·손진책 연출)은 한눈에 봐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평소 말수가 적은 연출자의 성격을 나타내듯 대사를 뼈대만 남기고 군더더기는 모두 잘라냈다.대신 배우의 동작이나 이미지 중심으로 극을 간결하게만들었다.특히 무대 좌우와 뒷면을 도자기 보관대로,앞쪽을 가마로 활용한세트 설정이 관객을 끌어당긴다.장중한 음향도 작품의 멋을 한껏 높여준다.
이런 치밀한 연출에 힘입어 14대 400년을 이어온 ‘조선 도공(陶工)의 한(恨)’은 공연시간 1시간3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다소 의고적인소재를 짜임새 있게 얽어,‘고리타분함’을 잘 피했다.
작품을 지탱하는 축은 둘로 나뉜다.15대 심수관(이기봉)의 ‘뿌리 찾기’와 정유재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의 ‘뿌리 지키기’이다.도공이 아닌 다른 길도 있지만 운명적으로 가마에 이끌리는 15대 심수관의 방황 장면에는 1대 심당길을 비롯한 선조 도공들의 수난사가 겹친다.그 속에서 조국의 흙·물·불과 그 결합체인 도자기를 향한 ‘예술혼’ 등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잦은 장면전환에 현재와 과거,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구성은 관객의 상상력에 불씨를 지핀다.백색의 옷에 은은히 비치는 청색 조명과 가마니의 붉은 빛이 대비되면서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하지만 ‘실험의 목마름’이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상징과축약이 지나쳐 ‘뭘 말하려는 것일까’란 의문이 남는 것이다.조선인 만의가슴도 아니고 일본인 만의 가슴도 아닌,둘이 합쳐서 ‘하나의 가슴’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느껴진다.하지만 너무 어렴풋하고 희미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게다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신비한 여인’(김성애·김성녀 더
평소 말수가 적은 연출자의 성격을 나타내듯 대사를 뼈대만 남기고 군더더기는 모두 잘라냈다.대신 배우의 동작이나 이미지 중심으로 극을 간결하게만들었다.특히 무대 좌우와 뒷면을 도자기 보관대로,앞쪽을 가마로 활용한세트 설정이 관객을 끌어당긴다.장중한 음향도 작품의 멋을 한껏 높여준다.
이런 치밀한 연출에 힘입어 14대 400년을 이어온 ‘조선 도공(陶工)의 한(恨)’은 공연시간 1시간3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다소 의고적인소재를 짜임새 있게 얽어,‘고리타분함’을 잘 피했다.
작품을 지탱하는 축은 둘로 나뉜다.15대 심수관(이기봉)의 ‘뿌리 찾기’와 정유재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의 ‘뿌리 지키기’이다.도공이 아닌 다른 길도 있지만 운명적으로 가마에 이끌리는 15대 심수관의 방황 장면에는 1대 심당길을 비롯한 선조 도공들의 수난사가 겹친다.그 속에서 조국의 흙·물·불과 그 결합체인 도자기를 향한 ‘예술혼’ 등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잦은 장면전환에 현재와 과거,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구성은 관객의 상상력에 불씨를 지핀다.백색의 옷에 은은히 비치는 청색 조명과 가마니의 붉은 빛이 대비되면서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하지만 ‘실험의 목마름’이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상징과축약이 지나쳐 ‘뭘 말하려는 것일까’란 의문이 남는 것이다.조선인 만의가슴도 아니고 일본인 만의 가슴도 아닌,둘이 합쳐서 ‘하나의 가슴’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느껴진다.하지만 너무 어렴풋하고 희미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게다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신비한 여인’(김성애·김성녀 더
1999-06-24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