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 있는 산오리나무와/먼 곳에 있는 떡갈나무와/산벚나무를 뒤로 보낸다/길 옆에 있는 작고 예쁜/하백초에 눈이 아슴아슴 지난다/댕댕이덩굴에시야가 감긴다/…당신은 이 시가/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야/한다고/생각하는가?”(‘시작 혹은 끝’중).오규원 시인(59·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이 최근 펴낸 새 시집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문학과지성사)에서 또 한번 시적 실험에 나섰다.
95년 시집 ‘길,골목,호텔 그리고 강물소리’에서 시인은 인간이 문화라는명목으로 덧칠해놓은 지배적 관념을 벗기는 ‘날(생·生) 이미지’를 선보인 바 있다.이번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의 시선을 전방위로 열어 젖히려는 새로운 시도를 벌인다.고의로 서술어를 생략하는 기법을 사용,어떤 해석도 거부하고 어떤 해석도 수용한다는 개방적인 시각을 보여준다.그런가하면 텍스트의 ‘자기 복제’ 혹은 ‘상호 얽힘’을 통해 상투화된 세계 인식을 깨뜨린다.
이번 시편들에서도 시인의 고감도 렌즈 같은 눈은 여전히 빛난다.그러나 그가 재단해내는 풍경은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그의 시의 흔한 소재들인 안개·어둠·허공·빈자리·길 등은 꽃·나비·새·벽·담장 등과 만나 서로의 윤곽으로 스며든다.
“지워진 세계에서 길도 나무도 새도/밤의 몸보다 더 어두워야 자신을/드러낼 수 있다”(‘밤과 별’중),“지상의 모든 담이/벽이 끝나는 곳이 하늘이다”(‘하늘’중) 존재의 집이자 덫이기도 한 언어를 정면으로 파괴하는그의 시는 기존의 서정시 독법으론 읽어내기 힘들다.서정시의 외연과 내포를 넓혀나가는 것은 좋다.그러나 ‘실험을 위한 실험’의 인상이 짙은 난해시가 양산되는 것은 시문학의 장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김종면기자
95년 시집 ‘길,골목,호텔 그리고 강물소리’에서 시인은 인간이 문화라는명목으로 덧칠해놓은 지배적 관념을 벗기는 ‘날(생·生) 이미지’를 선보인 바 있다.이번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의 시선을 전방위로 열어 젖히려는 새로운 시도를 벌인다.고의로 서술어를 생략하는 기법을 사용,어떤 해석도 거부하고 어떤 해석도 수용한다는 개방적인 시각을 보여준다.그런가하면 텍스트의 ‘자기 복제’ 혹은 ‘상호 얽힘’을 통해 상투화된 세계 인식을 깨뜨린다.
이번 시편들에서도 시인의 고감도 렌즈 같은 눈은 여전히 빛난다.그러나 그가 재단해내는 풍경은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그의 시의 흔한 소재들인 안개·어둠·허공·빈자리·길 등은 꽃·나비·새·벽·담장 등과 만나 서로의 윤곽으로 스며든다.
“지워진 세계에서 길도 나무도 새도/밤의 몸보다 더 어두워야 자신을/드러낼 수 있다”(‘밤과 별’중),“지상의 모든 담이/벽이 끝나는 곳이 하늘이다”(‘하늘’중) 존재의 집이자 덫이기도 한 언어를 정면으로 파괴하는그의 시는 기존의 서정시 독법으론 읽어내기 힘들다.서정시의 외연과 내포를 넓혀나가는 것은 좋다.그러나 ‘실험을 위한 실험’의 인상이 짙은 난해시가 양산되는 것은 시문학의 장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김종면기자
1999-06-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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