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葬 ‘시설이 없어 못한다’

火葬 ‘시설이 없어 못한다’

이상록 기자 기자
입력 1999-06-07 00:00
수정 1999-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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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묘(葬墓)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젊은 나이에 죽거나 갑자기 사고로 죽은 사람,묘지를 살 돈이 없는 가난한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화장(火葬)’이 크게 늘고 있다.그러나 화장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70년 사망자의 7%에 불과했던 화장률은 94년 20.5%,97년 23.0%,98년 27.7%로 꾸준히 늘고 있다.특히 최근 1년 사이 화장은 눈에 띄게 늘었다.

경기도 고양의 서울시립장제장(벽제 화장장)에서는 하루 평균 60구 정도를화장한다.하루 20구 정도였던 97년 이전에 비하면 3배,40여구를 화장하던 지난해 7월 이전보다는 50% 이상 증가했다.장제장의 문태영(文泰英·38) 운영과장은 “하루 적정 화장 건수가 45건,최대 60건임을 감안하면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화장이 늘어나면서 납골당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지난 1월 수용규모가 1만3,000기인 벽제 시립납골당은 더이상 들어설 자리가 없어졌고 8,100기 규모의 경기도 파주시 시립묘지 납골당도 이달 말이면 모두 채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계당국은 내년 2월까지 파주에 3만9,400기 규모의 납골당을 세울 계획이다.

최근 화장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8월 별세한 SK그룹 최종현(崔鍾賢)회장의 장례가 화장으로 치러진 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사후 화장 서약’을 하는 등 화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묘소로 사용할 수 있는 땅이 점차 줄어들면서 매장비용이 급등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시설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유족들이 화장로 앞에 종일줄을 서는 일이 허다하다.

벽제화장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30여구의 시신이 들어오지만 화장로는 16기뿐이어서 늦게 도착한 유족들은 최소한 2∼3시간동안 기다려야 한다.한 관계자는 “어떤 날에는 89구나 몰려 기다리다 지친 유족들이 항의하는 소동도빚어졌다”고 말했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성남화장장은 화장로가 6기,인천은 8기 뿐이다.부산,대전,이리,수원화장장도 화장로가 보잘 것 없기는 마찬가지다.화장장이 아예없는 지역도 적지 않다.

화장장을 새로 지으려해도 지역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고 반발,공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도쿄에만 22개의 화장장과 150여기의 화장로를 갖추고 있는 일본 등 선진국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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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록기자 myzodan@
1999-06-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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