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田 장우성 米壽맞아 신작전

月田 장우성 米壽맞아 신작전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1999-05-24 00:00
수정 1999-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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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단의 최고 원로인 월전(月田) 장우성 화백이 미수(米壽)를 맞아 6월4일부터 18일까지 고서화 전문화랑 학고재(02-739-4937)에서 신작전을 연다.

우리나라에서 화가가 미수에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유례가 드문 일.

월전은 이번에 ‘폭발하는 화산’‘학’‘고향의 언덕’‘야우(夜雨)’‘태풍경보’‘명추(鳴秋)’등 문인화와 ‘한벽원사계(寒碧園四季)’‘화노(화奴)’등 글씨를 합쳐 신작 30점을 선보인다.

월전은 1930년대 이당(以堂) 김은호의 문하에서 한국화를 배운 이래 오늘까지 한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근대 한국화의 산 증인.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해 화가로 데뷔한 이래 국전 추천작가,국전 심사위원,서울대미대교수 등을 거치면서 예술가로서 또 미술교육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월전은 흔히 말하는 문인화의 이상적인 경지로서 시(詩).서(書)·화(^^)를제대로 갖춘 작가다.그는 간결한 필치와 담백한 색채감각을 추구함으로써 전통적인 문인화의 격조를 현대적으로 변용,새로운 한국화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40년대 후반과 50년대에는 문인화의 형식미에 현실적 리얼리즘이 융화된 경지를 보여줬으며,80년대에는 공해문제나 남북분단문제 등을 다뤄 그가 단순히 고답적인 이상주의에 만족하는 작가가 아님을 보여줬다.간략한 대상의 선택과 형식적인 면을 극도로 생략하는 감필(減筆),그리고 여백의 미학을 특징으로 하는 ‘월전양식’은 동양화를 그리는 이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전시작 가운데 월전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은 ‘태풍경보’.21세기에 우리에게 몰아 닥칠지도 모를 비극적 현상을 태풍이라는 상징을 빌려 표현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예언자적 선견이 담긴 일종의 세기말 기상도인 셈이다.또 ‘화노’라는 글씨는 중국의 문인화가로 전각(篆刻)을 했던오창석이 중국 해상화파(海上화派)의 화가 임백년에게 새겨준 도장에 씌어진 말에 공감해 쓴 것이라고 밝힌다.임백년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원하자 “내가 그림 종놈이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월전은 “내 작품이 화단에서 50년 후에나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같다”고 내다보면서도 “서양화나 다른 미술 분야에서 내가 하는 일을 높이 평가하는 이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 반갑다”고 털어놓았다.미수에 이르러서도엄격한 작업태도와 왕성한 창조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월전의 예술혼은 후학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1999-05-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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