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우왕좌왕 증시정책

[오늘의 눈]우왕좌왕 증시정책

김상연 기자 기자
입력 1999-05-03 00:00
수정 1999-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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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많이 달라졌다고 자부하는 재정경제부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일까.

주가가 800포인트에 육박하며 욱일승천하던 지난달 28일 이규성(李揆成) 재경부장관이 기자실을 찾았다.“주식투자는 기본적으로 자기책임 아래 위험을 떠안으며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무분별한 과열투자를 경고한 것이다.거의 비슷한 시각에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한 은행주식을 조기에 매각하겠다”며 과열증시를 냉각시키겠다는 의지를 흘렸다.

가뜩이나 거품론에 민감해 있던 주식시장이 화들짝 놀란 것은 물론이다.주가가 하루 만에 무려 37포인트나 빠졌다.여러 곳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비판하는 소리가 나왔다.재경부에는 “그동안 주가가 바닥이었어도정부를 믿고 참아왔다.이제 돈 좀 벌려는데 왜 찬물을 끼얹느냐”는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러자 재경부 유지창(柳志昌) 금융정책국장은 30일 “정부는 주식시장에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은행주식을 조만간 팔기는 어렵다”고 밝혔다.‘증시 개입론’을 없었던 일로 해달라는 뜻이다.

전후관계를 엿보자면 정책당국의 진정한 입장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단지 정부의 증시개입 자체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 완벽한 시장구조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작정 방관만 할 수는 없다는 논리가 대세다.

문제는 정부가 어쩌면 그렇게도 소신없이 우와좌왕하느냐는 것이다.주가급등은 하루아침에 태어난 현상이 아니다.정부가 지속적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랄 수 있다.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준비된 정책’이 없는 인상이다.700포인트를 넘을 때부터 과열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도 팔장만 끼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가 하면,여론이 들끓자 다시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격이다.IMF이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금융당국이 행태다.

이 재경장관은 연초에 금융 구조조정 방향을 역설하며 “이제 하드웨어(제도)는 갖춰졌다.소프트웨어(의식)가 문제다”라며 발상의 일대전환을 강조했다.정작 그러면서 재경부 자신은 무엇이 달라졌다는 것인가.

[김상연 경제과학팀기자]carlos@
1999-05-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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