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맑고 선량해 보인다.그리고 그들에게서는 진지한 삶의 향기 같은 것이 풍긴다.절대로 대충대충 살아갈 것 같지 않은 신뢰감도 아울러 묻어난다.
칸칸이 빽빽하게 진열된 책의 행렬을 따라 걷는 이들의 뒷모습은 어느 시인이 읊은 구절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특히 아동도서 서가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웬지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주고싶은 마음이 불쑥 생겨난다.바로 저 아이들이 커서 이 나라를 이끌 때쯤이면 지금 같은 혼탁함이 말끔히 개일 것이라는 기대 또한 샘솟는다.
다가오는 21세기를 가리켜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문화의 세기는 책이 중심에 서는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오늘날의 종이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오랜 세월 책이 품었던 수많은 지식과 정보,그리고 예술이 어떤 형식으로든 담겨 있는 매체라면 그것이전자적인 것이든 멀티미디어적인 것이든 곧 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출판을 비롯한 모든문화시장이 개방의 파고에 휩쓸리고 있다.지구촌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문화상품의 국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문제는 그 속에 담긴 내용이다.
유명한 외국상표를 달고 우리 정신과 문화가 세계 구석구석으로 팔려나간다면 그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오히려 우리 상표임을 내세우지만 정작 그 속에 담긴 내용이 남의 것일 때 우리 문화의 정체성은 점차 상실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정신과 문화를 담아온 소중한 그릇이다.그럼에도 책의 존재를 잊고 사는 세대가 있다면,그런 책의 무한가치를 폄하하는 장사꾼들이 설치는 세상이라면 21세기는 분명 우리의 시대가 될 수 없을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서점을 찾는 일은 곧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리라.
[김기태 한국출판학회 사무국장]
칸칸이 빽빽하게 진열된 책의 행렬을 따라 걷는 이들의 뒷모습은 어느 시인이 읊은 구절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특히 아동도서 서가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웬지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주고싶은 마음이 불쑥 생겨난다.바로 저 아이들이 커서 이 나라를 이끌 때쯤이면 지금 같은 혼탁함이 말끔히 개일 것이라는 기대 또한 샘솟는다.
다가오는 21세기를 가리켜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문화의 세기는 책이 중심에 서는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오늘날의 종이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오랜 세월 책이 품었던 수많은 지식과 정보,그리고 예술이 어떤 형식으로든 담겨 있는 매체라면 그것이전자적인 것이든 멀티미디어적인 것이든 곧 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출판을 비롯한 모든문화시장이 개방의 파고에 휩쓸리고 있다.지구촌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문화상품의 국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문제는 그 속에 담긴 내용이다.
유명한 외국상표를 달고 우리 정신과 문화가 세계 구석구석으로 팔려나간다면 그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오히려 우리 상표임을 내세우지만 정작 그 속에 담긴 내용이 남의 것일 때 우리 문화의 정체성은 점차 상실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정신과 문화를 담아온 소중한 그릇이다.그럼에도 책의 존재를 잊고 사는 세대가 있다면,그런 책의 무한가치를 폄하하는 장사꾼들이 설치는 세상이라면 21세기는 분명 우리의 시대가 될 수 없을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서점을 찾는 일은 곧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리라.
[김기태 한국출판학회 사무국장]
1999-04-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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