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절도범 진술에 춤추는 정치권

[오늘의 눈]절도범 진술에 춤추는 정치권

김학준 기자 기자
입력 1999-04-17 00:00
수정 1999-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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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과 도지사,경찰서장 등 고위층의 집에서 수억대의 금품을 털었다는 한전문 절도범의 폭로가 축소 수사의혹과 정치문제로 비화되는 등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김강룡(金江龍·32)씨의 폭로에 대해 야당은 “현정권 고위직의 부도덕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한건 잡았다는 듯이 정치공세를 편다.여당은 “절도범의 거짓에 현혹된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마치 80년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도(大盜) 조세형 사건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냉정히 살펴보면 김씨가 어떻게든 정치적 파장을 일으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음을 곳곳에서 간파할 수 있다.

김씨는 배경환(裵京煥) 안양경찰서장 집에서 훔친 돈이 봉투에 100만원씩담겨 있었다는 것만을 근거로 ‘명백한 선거용 돈’이라고 말해 지난달 30일 치러진 안양시장 보궐선거에서 마치 금품살포가 기도된 듯한 인상을 풍기려 했다.그러나 김씨가 안양서장 집에 침입했던 지난달 1일은 선거 훨씬 전이었고 현직경찰서장이 직접 금품을 살포하려 했다는 얘기는 자유당 시절이라면 몰라도 요즘 시대상황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김씨는 폭로편지를 한나라당 안양시 만안지구당에 보내는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 정치문제화하려 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이는 전과 12범인 김씨가 고위층인사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범죄를 희석시켜 중형만은 면해보겠다는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김씨는 조세형씨를 흉내냈지만 조씨가 훔친 금품의 30∼40%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는 등 원칙을 지킨 반면,김씨는 훔친 돈으로 하루에 2,500만원어치 술을 먹고 호텔 스위트 룸에 장기 투숙하는 등 광기에 가까운 호화생활을 하고 히로뽕에 중독된 상식 이하의 인간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폭로한 내용의 진위 여부는 검찰의 정밀수사로 가려질 것이다.

수사가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려 11년을 감옥에서 보낸 파렴치한 전문절도범의 주장을 그대로 정략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바람직스런 모습이 아니다.물론 경찰도 공정성 시비를 제기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학준 전국팀 기자hjkim@
1999-04-1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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