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이야기꾼은 어디로 갔나

[굄돌]이야기꾼은 어디로 갔나

유지나 기자 기자
입력 1999-03-15 00:00
수정 1999-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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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영화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한국영화의 수준과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한국영화가 잘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분명히 한국영화는 최근 몇년간 상승세를 타고 발전하고 있다.그런데 이런 상승세가 잠시 반짝하는 것이 되지 않으려면 프로페셔널 이야기꾼들이 많이 필요하다.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구성된 테크놀로지 아트이다.그렇지만 대중영화의 매력은 여전히 이야기의 재미에 있다.흔히 할리우드의 저력과 파워를 자본과 테크놀로지 전문인력등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한다.덧붙여 할리우드영화는 탁월한 이야기 거리와 구조로 가장 대중적인 서사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을 빠뜨릴 수 없다.

대중을 마주한 영화는 이미지이기에 앞서 이야기이고 내러티브이다.할리우드영화에 이야기 거리를 공급하는 이들은 문학은 물론 각 분야의 일급 전문가들이다.유명작가는 물론 칼 세이건 같은 천문학자로부터 의사·변호사·심리학자등 각 전문분야의 재능꾼들이 총망라 되어있다.

프랑스영화의 황금기는 쟁쟁한 시인과 문사들의 주옥같은 시나리오가 있었던 시대였다.그것을 문학적 영화라고 비판했던 누벨바그는 이미지의 양식에이야기의 재미를 양보함으로써 프랑스영화의 대중성과 해외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려 할리우드영화에 치이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에서도 늘 부족한 것은 다양한 이야기 거리와 그것을 공급하는 이야기꾼의 양적 토대와 질적 수준이다.이야기꾼은 문학에서 올 수도 있고 다른 분야에서도 올 수 있다.글자를 통해서건 이미지를 통해서건 이야기는 공유되는 것이다.

소설의 각색에만 그치는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라 각 분야의 이야기꾼들이영화이야기꾼이 되어야 한국영화의 역량은 커진다.

영상시대에 문자 이야기꾼들의 탄식이 들린다.문자세대가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세대보다 심오하고 진지하다는 비교우위론은 무엇에 소용이 되는가? 여전히 대중은 영상시대에도 이야기라는 의사소통 방식을 선호하는데 한국의 내노라하는 이야기꾼들이 영화에 몰려들면 한국영화는 테크놀로지 발전이나 자본보다 더 큰 우군을 얻는 것이다.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1999-03-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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