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한국의 전통춤’ 펴낸 정병호교수

저자와의 대화-‘한국의 전통춤’ 펴낸 정병호교수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9-03-08 00:00
수정 1999-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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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사람을 가장 즐겁게 해주는 최고의 예술입니다”.춤의 예찬론을 펴는 정병호 중앙대 명예교수(72)는 어린이와 같은 천진한 행복에 빠진다.춤은 그에게 생명의 빛이다.춤과 함께 자란 그에게 춤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

춤의 환희는 그를 춤의 세계에서 떠나지 못하게 해왔다.

전남 나주의 대지주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집안 농악대의 뒤를따라다니며 춤의 세계에 빠졌다.중앙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공부했지만 춤꾼의 길은 접었다.춤을 연구하는 학자의 길을 택했다.그는 전통춤 이론의 대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60년대부터 30여년동안 사라져가는 민속과 전통춤을 발굴하기 위해전국을 누볐다.궁중춤 외에는 문헌상의 기록이 거의 없어 구전으로 내려오는 춤의 내용과 형식 등을 현장을 찾아가 채록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실체를 파악했다.그 현장기록을 바탕으로 전통춤의 이론적 체계를 정리,‘한국의 전통춤’이라는 책으로 펴냈다.(집문당 4만원).이 책은 서울시스템에서 CD롬으로도 제작됐다.

그는 전통춤을 종교의식춤·민속춤·교방춤·궁중춤 등 크게 4종류로 분류한다.세분화된 전통춤의 종류는 376가지로 분류한다.“전통춤을 376가지로세분화한 것은 자신이 처음”이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그는 다양한 춤의 세계를 많은 화보와 함께 소개한다.

“한국춤에는 인간적인 한과 슬픔을 풀어 환희로 전환시키는 삶의 정신이있다.일본춤에는 죽음의 미와 같은 비극미가 있지만 한국춤에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환희의 세계에 도달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그는 책에서쓰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민속춤은 그러나 마을에서 사라졌다.마을에서 민속춤이 사라지며 신바람나는 기층문화도 없어졌다.“민속춤은 민중이 스스로 흥에 겨워추는 춤이어야 합니다.그러나 기능보유자나 예술가들에 의한 보여주는 ‘공연예술’로 변질됐죠.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는 민속춤의 보존 정책에도 변화의 때가 왔다고 말한다.“단순히 보존에머물러서는 안됩니다.마을 사람들에게 전승시켜 마을의 축제로 만드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그는 ‘마을춤 진흥회’를 만들어 우선 농악을 중심으로 민속춤을 마을로 되돌리려는 꿈을 현실화 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전통 예술춤의 현실도 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무용가는 자기춤을 춰야 합니다.그러나 대부분의 무용가는 배운대로 반복할 뿐이죠.원형을 유지하며 자신의 춤을 창작하려는 노력이 부족합니다.우리시대에 만들어진 전통춤이있어야 합니다”.

그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춤에 대한 애정과 집념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그는 신바람나는 공동체 문화가 춤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신명이나야 우리 민족은 흥한다”며 춤의 사회학적 중요성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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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昌淳 cslee@
1999-03-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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