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 신입생 개강 첫날 엇갈린 경험-약학과 嚴漢千군

척수장애 신입생 개강 첫날 엇갈린 경험-약학과 嚴漢千군

전영우 기자 기자
입력 1999-03-05 00:00
수정 1999-03-0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앞으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척수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嚴漢千군(19·약학과)은개강 첫날부터 고생을 했다.

지난 3일 오전 嚴군은 자연대 대형강의실에서 첫 강의를 듣기 위해 30분 일찍 도착했다.40도 경사의 계단은 嚴군에게 또다른 ‘장애’였다.동행한 어머니 片順子씨(46)는 체중이 90㎏이나 되는 嚴군을 업어 이동시키기는 어려웠다.옆에 있던 학생들이 휠체어를 들어줘 겨우 강의실까지 갈 수 있었다.

책상에 자리잡으려면 너무나 번잡해 휠체어에 앉은 채 뒤편 통로에서 수업을 들었다.필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다음 수업은 100여m 떨어진 건물 4층에서 있었다.겨우 이동했지만 강의실의 책상 가운데 앉을 만한 곳은 역시 없었다.

첫날은 그럭저럭 넘겼지만 계속 같은 고생을 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태산이다.대부분의 강의동에는 승강기가 없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도 거의 없다.더 큰 문제는 용변.장애인용 변기가 없기 때문이다.당장은 휴대용소변기에 용변을 본 뒤 버리고 있다.식사시간도 고통이다.가파른 계단을 올라 식당 안으로 들어가기도,휠체어를 타고 음식을 받기도 힘들다.

집이 김포시인 嚴군은 ‘동정맥 기형’이라는 희귀한 병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어머니 片씨는 등교할 때부터 종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하고 있다.片씨는 “집이 멀어 기혼자 숙소 입소를 신청했으나 미혼이어서 거절당했다”고안타까워했다.

서울대측은 嚴군이 척수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嚴군을 도울 봉사학생 선발,화장실 개량,휠체어용 경사로 확충 등을 검토중이다.
1999-03-05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