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송아지 영롱이-탄생 순간

복제송아지 영롱이-탄생 순간

함혜리 기자 기자
입력 1999-02-20 00:00
수정 1999-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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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월12일 경기도 화성군 ‘ㄷ’목장.전날까지만 해도 전혀 기미를 보이지 않던 대리모 소의 유두가 팽팽해지더니 오후 1시부터 산통이 시작됐다.

목장주 劉기영씨는 “출산이 예정일보다 3∼4일 늦어질 것”이라며 주말을틈타 서울로 간 黃禹錫교수를 찾아 이 소식을 전했다.황급히 달려온 黃교수가 연구팀원들과 출산준비를 서둘러 마치기 무섭게 대리모 소의 자궁이 열리기 시작했다.

2년여를 기다려온 역사적인 순간.그러나 보여야할 송아지 머리 대신 푸른빛이 돌 정도로 창백해진 두개의 발이 먼저 보였다.태아를 거꾸로 출산하는 역산(逆産)이다.송아지는 호흡장애로 청색증까지 일으키고 있었다.강제 견인추출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순간이었다.

“안되겠다.장갑가져 와” 산(産)수의과학 전공인 黃교수는 대리모 소의 자궁 속으로 왼팔을 집어 넣어 탯줄을 송아지 입에서 제거하고 국부를 건드려 보았다.송아지는 아직 살아 있었다.

밖으로 나온 두발에 밧줄을 묶어 송아지를 강제로 끌어냈지만 송아지는 양수 과량섭취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탯줄이 몸속까지 깊숙이 끊겨져 배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입 속에 가득차 있는 양수를 빼내고 여럿이 달려들어 전신 맛사지를 해 주자 그때서야 송아지는 꿈틀거리더니 검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맙다”얼굴에는 땀방울이,두 눈에는 이슬이 맺힌 黃교수는 무사히 태어난 국내 첫 체세포 복제 송아지를 향해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쳤다.
1999-02-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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