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TV뉴스에서 ‘프랑스 의회의 팍스법안 상정’을 둘러싼 보도를 보았다.팍스법안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동성 가족 합법화에 관한 것이다.팍스법안 상정은 좌·우파의 찬반 논란 속에 일단 실현되지 않았지만 동성 가족 합법화는 시간문제라고 이 TV는 보도했다. 이 뉴스를 보면서 대다수 한국 시청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많은 한국 시청자들은 우리와 전혀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로그저 흥미로운 이슈였다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팍스법안 논란은 프랑스 문화의 다양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획일화된 사고와 문화 속에 젖어 있는 것 같다.다수의 목소리가 선으로 존중되고 다수가 가는 길에서 비켜나면 손가락질 당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성인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이혼한 사람은 ‘어딘가성격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쉬운 사회가 바로 한국이다.차종이나 아파트 평수로 사람의 능력을 가늠하려 하고 학벌이나 지연·학연을 따지면서 뭔가 ‘공통점’을찾아내려는 풍토는 우리 사회의 획일주의 문화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나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닫힌 문화’에늘 갑갑증을 느껴왔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자기와 다른 삶도 존중할 줄 알고 어떤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전혀 다른 사고나 행동양식’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놀라운유연성과 다원주의적 문화인식을 갖고 있다. 프랑스가 다원주의적 문화전통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70%의 프랑스인들이팍스법안에 찬성한다는 보도는 충격적이었다.그렇게 높은 찬성률을 보인 배경 중의 하나는 전통적 형태의 가족제도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을 소수라 하더라도 존중하는것은 올바른 인권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우리나라에서도 수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을 무기삼아 소수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아동·청소년·노인·여성의 인권을 묵살하고 짓밟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1999-02-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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