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병용의 과제

한자 병용의 과제

입력 1999-02-11 00:00
수정 199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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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한자병용(竝用) 추진방안은 갑작스럽긴 하지만 그 쓰임새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관광진흥을 위해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하는 일은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도시라는 인상을 심어줄 뿐아니라 인명·지명 등 해석상 혼란의 소지가 있는 용어에 대해서는 국민도 그동안 불편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또 전통문화의 명확한 이해와 동북아 한자문화권 국가간의 교류증대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다만 국민의 언어생활에크나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문광부가 전문가와 일반인의 의견수렴 등 토론내용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은 유감스럽다.그러나 정부수립 이후 한글전용·한문혼용문제는 끝없는 시행착오와 논쟁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한 채 시작도 끝도 없는 공방전을 계속해왔다.결과적으로 우리 교육현장의 무성의한 한자교육 덕분에 한글전용은 움직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 왔고 실제로 ‘한자 까막눈’현상의 웃지 못할불편함은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 말과글에는 한자로 써야만 이해가 쉬운 시각성 어휘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어려운 한자어를 한글로 쉽게 풀어쓰면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은 누구나아는 일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한자혼용을 주장하자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어문정책이 하루아침에 졸속으로 이루어져선 안된다는 것은 한결같이 주장해온 바다.또 먼 미래를 내다볼 때 우리는 동북아시아권이라는 광활한 삶의공간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해볼 필요가 있다.그리고 한자문제는어문교육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지식·철학·사상의 빈곤과 지성 붕괴의 차원에서도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한글의 우수성과 한문의함축성 논란 이전에 지금까지 실시해온 국어교육의 결과를 냉철하게 비판하고 한자사용 교육에 따른 이해득실 여부를 가려봐야 한다. 정부도 하나의 화두를 던져놓고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승리가 확고해질 때까지 무작정 뒷짐을 지고 관망할 것이 아니라 한자병용의 찬반 논의에 대해 올바른 정의를 내리고 우리에게 부닥친 현실과 세계적 추세를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이와 함께 우리의 정신문화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한문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이번 발표는 현행 문자정책의 기본틀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한자혼용이나 병용 이전에 미래지향적 문자정책을 위해서도 한자는 현실임을 정부나 국민이 투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1999-02-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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